28. 우연히 벌어지던 상황극

우연히 벌어지던 상황극

by 할매

많은 사람들이 여행 못 다녀 안달이다. 무엇 때문에 여행할까~ 개인마다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기념하기 위해, 콧바람 쐬기 위해, 구경하기 위해, 심심하니까 등등.

누군가 그랬다. 여행도 팔짜에 있어야 한다고.


우리? 첫 해엔 준비를 하고 떠났다. 두해 째부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떠났다. 무심행(無心行)이었다.

실은, 꼬박 한달 동안 오디 따고 손질하고 얼리고 파느라 밥 먹을 틈도 없이 일한다. 그러고나면 지쳐버린다. 그러니까 그냥 떠난다. 유랑하면 집안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니깐.


무전여행 여섯번째 해인 2017년 7월 4일 화요일 여행 다섯째 날.

새벽에 세찬 비가 내리더니 조금 수그러들었다. 때 놓칠새라 우린 빗속으로 나섰다. 전날 잤던 파키스탄 출신 미국 아가씨 집을 아침 6시에 조용히 빠져 나왔다. 여차저차 하여 다다른 보성역 앞버스 정류장.

비 그친 오후 시간대라 정말 후텁지근했다. 경상마을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왜 그리 안 와~ 물어보니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단다.


울 산적, 무료하게 죽치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웠는지 삼뽀냐를 꺼내들고 연주 하기 시작했다.

김정호의 '하얀 나비',

'우~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우~ 그리워 말아요~ 떠나간 님인데~........... '

(산적은 보통 연주 한번 시작하면 육,칠십 곡을 메들리로 연주한다)


버스 기다리느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꽤 많은 의자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땅바닥에도 앉아 있었다.

자식들 키우느라 닳고 닳은 육신들. 울 산적, 노쇄해지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나부다. 산적의 연주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더 꼬였다. 뇌성마비 걸린 사람, 어딘가 이상해 뵈는 사람, 휠체어 탄 사람, 입이 씰룩거리는 사람, 다리 쩔뚝이는 사람, 등등 하나같이 어딘가 어색한 사람들이었다. 묘한 건 나처럼 히죽거리는 거였다. ㅎㅎ~

산적을 쳐다보다가, 조용히 듣다가, 움직거렸다가, 얌전해졌다가, 산적 주위를 맴돌다가 하면서.


사오십명은 족히 됨직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습하고 더운 대낮에 삼뽀냐 소리를 듣고 있는 광경이란~

죄다 노인네들과 장애우들인데~ ㅋㅋ~ 마침내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타고 보니, 버스 안도 점입가경이었다. 머리가 약간 흔들거리는 버스 기사님께서 껌을 씹고 있었는데 왼쪽으로만 질겅질겅 씹었다. 이가 간질거려 못 견디겠다는 듯이~

헌데 마침, 선풍기를 사 들고 탄 아주머니가 차가 출발해도 뒤쪽에 서 있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요리조리 팔랑거리면서. 그러자 버스기사님. 바닥에 앉아 있다 자리 비면 앉아도 될껀디 서 있다고 궁시렁 궁시렁~

그러면서 머리 흔들흔들~ 껌 질겅질겅~ "아직은 다리가 짱짱하고만 짱짱해~" 하시며 또 머리 흔들흔들~ 껌 질겅질겅~ 짱짱하고만 짱짱해~ 아주머니는 그래도 앉지 않고 팔랑거리고~


그러다 버스가 급정거하자 새로 산 선풍기가 바닥을 내리훑으며 버스 앞쪽으로 미끄러졌다. 아주머니도 미끄러지듯 앞으로 쏠려가며. 히히히~ 한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웃음 헤픈 나는 웃음 참느라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행색도, 하는 짓도, 생김새도, 얼마나 다양하고 천차만별인지 삼천대천세계였다. 여행 하다 보면 그런 신기루 같은 일들을 맞닥뜨린다. 그리곤 이내 사라진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금방 사라질 꿈 속을 헤매며 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쳐지는 세상이 실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걸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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