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by 할매

무전여행을 다닐 때 많은 분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남자분이야 그렇다치고 따라다니는 여자분이 대단하요~~" 라고.

아~ 바늘 가는 데 실 가야지 어쩌겠어~ㅋ


지금 와 곰곰 생각해보니, 늙으 말년에 무전여행을 다니게 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여기서 업보는 운운하지 말자구~ 내가 좋아한 것 때문에 그랬으니깐~


아~ 여편네가 뭣 났다고 김삿갓을 그리 좋아하냐고 글쎄~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십대 때부터 그렇게 좋아했다. 그분의 시(詩) 세계에 빠져 시집에 수록됐던 시는 거의 다 외울 정도였으니까.


그뿐이게~ 인천에서 산골로 내려와선 한적한 시멘트 옹벽에 그분의 시와 당시(唐詩)를 써 댔었다.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글들이 너무 좋아서 한자(漢字)로~ 울 산적이 글씨는 대필했지만서두~

내 글시체는 워낙 자유분방해서리~ ㅋㅋ


내가 김삿갓, 김병연씨를 좋아했던 이유는, 조부 김익순을 질타하는 글로 장원 급제, 벼슬길에 오른 분인데

나중에서야 '김익순' 이라는 사람이 자기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삿갓은 하늘 보기가 부끄럽다며 그길로 벼슬길을 버리고 유랑의 길로 나선 분이셨다. 큰 삿갓 하나 눌러쓰고 전국 팔도 강산을 두루두루 걷고 또 걸으며.


200 여년 전의 일이니 그땐 우리나라 국토가 남, 북으로 갈라지기 전으로 얼마나 넓은 땅덩어리를 싸돌아 다녔겠냐고~ 동가식 서가숙 하며 상거지가 다 됐던 양반.

함경도 지방 어느 부잣집에서 밥 좀 달라했더니 쉰밥을 주자 익살스런 시 한 수 읊어주고 표표히~


걸식(乞食)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

망할 놈의 집에선 쉰 밥을 주는구나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손가

내 집에 돌아가 선 밥 먹음만 못하리


어느 서당에서 하룻밤 유숙을 청하자 훈장이 '멱(覓)'자를 운자(韻字)로 내 놓으며 시 지으면 청을 들어주겠다 해서 한 수 읊어주고 또 다시 표표히~


실제(失題)


하고많은 운자(韻字) 중에 하필이면 멱(覓)자인고

저 멱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이 멱자랴

하룻밤 쉬어감이 멱자에 달렸으니

산골 훈장 아는 건 멱자 뿐인가 하노라


좋게 말해 유랑가이자 방랑자이자 여행가였다. 직설적으로 말해 떠돌이 상거지지 뭐여잉~

하지만, 팔도강산을 두루두루 누볐으니 지관 중의 상 지관이 돼 버렸을 터였다.

탐 낼 것도 화 낼 것도 없는 덧 없는 인생살이, 절로절로 선지식이 돼 버렸을 거였다. 큰 스님 말여~


내가 뭣났다고 십대 때부터 그런 분을 좋아하냐고 글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내 인생길을 뒤돌아보니 내가 그러고 있었다. 무전여행 한다고 동가식 서가숙,

밥 좀 얻으러 갔다가 퇴짜맞기도 해가며. 허허허~

그런다고 내가 지관이요 선지식이란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뿐이면 내가 이런 글 안 쓴다. '채근담'은 또 얼마나 좋아했던고~ 까짓거~ 인생 별 거 있어?

나물 뜯어 먹고 자유로이 살다 가면 그뿐인데 몇 푼 가지고 다툴 일 뭐가 있겠어~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일 뭐가 있겠어~

무전여행 다님서 했음시롱~ ㅎㅎ

생각해 보니, 내가 그렇게 산골에서 나물 뜯어먹고 살고 있었다. 참 나~


그뿐이면 더더욱 이런 글 안 쓴다. 꽃은 왜 또 그렇게 좋아했던고~

산골에 와 보니 왜 그리 이쁜 야생화들이 많아~ 지천에 널려 있었다.

어마나~ 이쁜 거~ 마당에다 노란 민들레도 캐다 심고, 보라빛 제비꽃도 캐다 심고,

들에 산에 피고지는 예쁜 야생화만 보이면 한촉씩 캐다 심고보니 마당이 야생화 가~득~


내 하는 짓거리를 지켜보던 앞집 할머니, "풀이 호강하요~~" 라며 미소 지으셨었다.

그러더니 결국 내 꼴이 어찌 된 줄 아남?

나중에 보니 꽃차 만들어 팔러다니는 장똘뱅이가 돼 있었다. 참 나~ 허허허~


(오메 그러요? 우리 아들이 오토바이에 미쳐 있는데, 그놈 커서 뭐가 될랑가 걱정되요야~)


어허~ 폭주족 밖에 더 되겠소~ 아니면 오토바이 날치기던지~

하지만 걱정 마슈~

오토바이 제조 회사 사장이 될 수도 있응께~ 어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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