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혹부리 영감입니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가 곶감을 팔던 그 시절에 말이다. 좀비가 나오기 전 도깨비가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 시절 말이다. 한 영감이 얼굴에 혹을 달고 다녔다. 혹은 마치 한 여름 낮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흔들리는 가지밭의 가지 같았다. 혹은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볼 일을 볼 때도 늘 항상 함께 했다. 남들과 다른 모습에 의기소침할 만도 한데 이 영감쟁이는 썩 노래를 잘했다. 복면가왕에서 복면을 쓰 듯, 이 영감쟁이한테는 바이레이션할 때 마다 흔들리는 혹이 복면인가 보다.
고백한다. 사실 나도 혹부리인간이다. 내 인생에서 찰떡처럼 붙이고 다니는 혹이 있다. 떼어내려해도 떼어지지 않는다. 늘 나와 함께 한다. 나의 혹은 바로 책이다. 나는 늘 책을 가지고 다닌다. 읽든 안읽든 그저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달고 다닌다.
헬라어에는 시간을 뜻하는 두 개의 단어가 있다. 하나는 흘러가는 시간의 개념인 크로노스chronos이고, 다른 하나는 중요한 사건의 시간인 카이로스kairos이다. 내가 책을 펴고 책과 하나가 된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혹부리 영감쟁이에게 노래 부르는 시간이 카이로스의 시간일 것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절실함이며 더 나은 성장과 변화를 위한 몰입의 시간이기도 하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많을수록 한 사람의 인생은 체인지된다. 그러니 혹을 달고 다니면 좋은 점 세가지를 말해 보겠다.
하나, 여유가 뭔지 보여줄 수 있다.
예쁘디 예쁜 20대 시절, 출근하는 나의 예쁘고 조그마한 백에는 무엇을 넣고 다녔을까요? 화장품이 들어있는 파우치일까? 예쁜 손수건일까? 핸드크림일까? 아니다. 늘 책을 넣고 다녔다. 그 가방 안에는 가끔 만화책도 넣어 다녔다. 가지고 다니면 틈틈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친구가 기다리게 해도, 버스가 늦게 와도,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와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할 때도,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짜증을 내거나 초조해질 필요가 없다. 그저 나의 카이로스 시간을 만들면 된다. 내 혹인 책을 슬며시 꺼내 한 줄 한 줄 들여다 봐줄 수 있어서 좋았다.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어도 화를 잠재울 수 있다. 가끔은 숨이 턱 밑까지 차서는 나를 보자 마자 더 가뿌게 숨을 쉬는 친구의 미안한 얼굴에도 웃음을 띄며 “어 왔니? 천천히 오지 그랬어? 에궁” 이러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난 너만을 목숨걸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야. 난 늘 내 책과 함께 하거든, 이미 책을 쓴 저자와 서로 소통하느라 바빴지 뭐야’ 라며 속으로 이야기 한다.
둘, 새 책도 헌 책처럼 다루어 편해진다.
빤닥빤닥 윤이나는 신상 책을 사고 나면 맘이 설렌다. ‘앞장을 접어 말어? 사랑은 연필로 쓰라니 지울 수 있게 연필로 일단 조심히 쓰자’ 이러면서 깨끗하게 손을 씻고 핸드크림까지 거부한다. 혹시라도 기름때가 묻을까 봐 말이다. 이러니 이것이 책인지 신줏단지인지 구별이 안 된다.
왜 여자들이 명품 신발을 사 놓고 잘 신지 못하는 것처럼, 명품가방에 물기를 닿지 않게 하려고 자신이 비를 맞고 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말이다. 그래서 나만의 좋은 방법이 있다. 혹처럼 계속 달고 다니면 된다. 가방에 넣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를 한 며칠 해보면 책이 아주 노릇노릇 연하게 잘 구워진 식빵처럼 부드럽게 변해 있다. 뻣뻣해서 잘 안 넘어가던 책장도 과감히 접게 되고 네 귀퉁이 각진 모양이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꺾여지면서 한 1년은 묵은 책이 된다. 새 책도 혹처럼 가지고 다니면 내 손맛에 길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다. 책은 편해야 한다. 그러면 박현근 코치님처럼 과감히 볼펜 칠도 하고 볼펜 똥도 묻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호기도 부려본다. 막 던져본다. 단 소파 위에서만.
서이, 인생이 폼이 난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녀보아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지하철에서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 책을 보아라, 즉, 모두가 yes라고 할 때 나는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왕이면 두껍고 표지가 검은색의 책이 간지난다.
책을 끼고 다니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진다.
자연스레 독서 모임에 가입하고 싶어진다. 나도 키에트부, 생각나눔, 북섬등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박현근 코치님은 독서 모임에 ‘나비(나로부터 비롯된 변화)’라는 이름을 붙이면 좋다고 하신다.
책은 책을 부른다. 책을 읽으면 책은 또 다른 책을 소개해준다. 비엔나 소시지처럼 읽어야 할 책은 우주 몇 바퀴를 돌아야 한다. 이러니 책 만큼 자기계발에 좋은 것이 있을까? 늘 공부하고 배우는 나의 모습. 정말 폼이 난다.
책 속에서 알게 된 모든 정보와 깨달음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역시 폼이 난다. 내가 바로 알려줄 수 있는, 나누어 줄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부리 영감이 노래로 재능 기부하듯 나도 내가 책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역시 폼이 난다.
너이,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나의 강점, 나만의 콘텐츠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책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 모든 콘텐츠가 들어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는 내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보석 같은 나를 보여주면 된다. 김병만의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라는 책이 있다. 나는 <혹이 있는 당신은 지치지 않은 폼이 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섯, 내 책을 쓰게 된다.
앨리슨 베이버스톤이 쓴 <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책을 쓴다는 것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과 노하우를 꺼내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브랜드와 경쟁력을 ‘책’이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포장해서 내놓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인 자기 PR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가성’을 꺼내는 창조적인 과정을 거치다 보면 누구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면서 내면이 말끔히 정리되는 통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라고 말이다.
다시 한번 물어봅시다.
당신은 혹부리 영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