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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nna Jun 17. 2022

불면증이 생긴 이유


‘신경 안 쓸 거야, 난 잘 거야.’     


하면서도 아직 오지 않는 남편을 불안한 맘과 함께 생각 한 켠에 넣어둔다. 잘 닫지 않고 반쯤 열어 둔 서랍 같아서 잠이 줄줄 샌다.      


신기한 남편은 매일 밤늦게까지 술을 먹는다. 일주일에 보통 3~4일을 술에 찌들어서 들어온다. 술먹는 귀신은 나까지 붙잡고 괴롭힌다.     


현관에서 삑삑삑 소리가 들린다. 잘못 눌러진 비밀번호는 집주인이라도 삐비빅~ 되며 앙칼지게 단호하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결국 무거운 몸땡이를 일으켜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 순간 잠이 달아난다.     


선잠이 들 듯 말 듯 몽롱한 상태에서 대리 기사님에게 전화가 온다.

“사장님 좀 빨리 모셔가세요.”

혹시나 해서 대리비 몇만 원을 들고 남편 차가 주차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대리 기사에서 남편을 인계받는다. 술에 취해 더 무거워진 남편을 끌고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 자괴감으로 잠이 달아난다.    

 

불 꺼진 방안에서 몸을 늬우고 눈을 감았지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린다. 잡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거실에서 경비 아저씨 호출 소리가 난다.

“주차장에 아저씨 누워있으니 빨리 데려가세요.”

몸이 갑자기 허겁지겁해진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더니 남편이 바닥에 누워있다.

남편의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는 옹알이를 들으며 힘겹게 끌고 우리 집 거실에 패대기쳤다. 우울함에 잠이 달아난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에 잠이 안 온다. 갑자기 모르는 핸드폰 번호가 울린다.

“여보세요. 경찰서입니다. 000 남편분 맞나요?”

갑자기 경찰이라고 하니 사지에 힘이 빠진다. 경찰은 말한다.

“남편분이 길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는 모습을 주민이 신고했습니다.”

남편은 아파트 근처 길가에 대자로 뻗어서는 지갑도 꺼내 놓고, 핸드폰도 꺼내서 바닥에 두었단다. 마치 자기 집처럼

다행히 지갑도, 핸드폰도 그대로 길바닥에 주인처럼 널브러져 있었지만 분실되지 않았다.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니 양쪽에서 경찰 아저씨의 팔짱에 걸쳐져 축축 처지는 걸음으로 남편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를 확인한 경찰들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남편은 데려다 놓고는 뒤돌아서서 갔다. 부끄러움에 잠이 확 달아난다.    

 

남편은 늦어진다는 말도 없이 매일 늦었다. 매일 밤 대기조처럼 대기해야 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안 들어오면 가끔 전화했다. 전화를 거의 받지 않았지만, 가끔 받으면 늘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대리 불렀어” 

대리 기사가 아니라 직원인 박대리, 유대리겠지. 

잠을 못 이루는 나와는 달리 수화기 너머 왁자지껄 신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끔 “오빠, 오빠” 이런 소리도 들린다.      


가끔은 대리 기사가 떨구어놓고 간 차 안에서 잠도 자기 때문에 새벽 4~5시쯤 되어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지하 주차장을 순회해야 한다. 창문을 열기는커녕 꼭 닫고 잠을 자면 그대로 저세상으로 가기 때문이다. 심심찮게 뉴스에서 차 안에서 술 먹고 잠들다 비명횡사한 사람들의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술을 먹지 않은 날에는 머리만 땅에 닿으면 바로 잠드는 남편은 천장이 울리도록 코를 골았다. 코만 고는 게 아니라 푸~푸~하면서 입으로 숨을 내쉬었다.    

  

술을 먹어도 괴롭히고, 안 먹어도 괴롭히고..

끔찍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나는 심한 우울감까지 겪어야 했다. 결국 약처방을 받고 잠을 강제로 자게 했다. 잠을 자야 나도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랬던 나는 지금 무척 잘 잔다. 내가 달라지는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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