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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와 디지털, 그리고 사이버

스마트폰의 등장에 관하여

by 이차원

90년생으로써 우리들이 공유하면서도 다른 세대들과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바로 스마트폰을 학창 시절부터 썼던 맨 처음 시대라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MZ라고 불리는 이 세대들 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프롤로그에서도 다뤘듯이 96년생으로 M세대의 끝과 Z세대의 맨 시작에 딱 위치하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이런 차이가 훨씬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애당초 저 긴 시간을 한 세대로 묶는 게 말이 안 되기도 하고.




내 기억으로는 스마트폰이란 걸 처음 봤던 게 중1 때였던 것 같다. 분명히 6학년 때까지만 해도 롤리팝인가? 뭐 그런 이름의 폴더 폰이 유행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중 1 겨울쯤이 되니 갤럭시 S시리즈가 나오면서 세상이 뒤집어졌었지. 그전에는 핸드폰의 여부로 그렇게 큰 격차를 느끼지는 않았는데, 그때부터는 좀 큰 차이가 났던 것 같다. 그 당시에 S 시리즈를 가지고 있으면 또래한테는 그게 하나의 특별함이었는데, 친구가 'Fruits Ninza' 같은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구경하다가 한 판씩 얻어서 하곤 한 기억이 난다. 그게 고등학교로 가면 좀 더 좋은 '노트'를 가진 녀석으로 이어져서,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그 친구 자리로 몰려가곤 했었다.


형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게, 대학생이나 직장인 때 스마트폰이 나온 M세대랑은 또 상황이 다른 것 같다. 형들의 세계는 조금 더 아날로그 틱 하다. 놀이터나 동네에서 논 기억이 훨씬 진한 것 같기도 하고, 놀이 문화 같은 것도 좀 더 거칠다고 해야 되나. 낭만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컴퓨터가 나왔을 때 X세대랑 그 윗세대가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또 서론에서 얘기했듯이 Z세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에 등장한 친구들과도 약간 감성이 다른 것 같다. 여기는 아예 스마트폰이 있던 상황에서 시작한 거라서, 좋게 말하면 스마트하고 좀 다르게는 삭막한 느낌? 뭐 세대 차이에 좋고 나쁨이 어딨겠나 그냥 다 다른 거지. 90년생들도 지역마다 각자 상황마다 다 일반화가 불가능할 텐데.




좀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그래서 90년 생은 뭔 느낌인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디지털과 사이버의 중간 단계'라고 해야 되려나. 이전에는 지금 돌이켜보면 좀 아날로그틱한 감성이 있는 디지털의 세계였고, 요즘은 아예 A.I가 등장하고 있어서 완전 사이버의 영역으로 가고 있는데, 그 중간에 끼여있던 과도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것 같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인데 그렇게 성능이 좋지는 않은 초창기의 프로토타입을 사춘기가 막 오던 시기에 목격했던 세대. 그 시기가 길지는 않았어서 그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가 많진 않아, 특별하다면 특별하기도 하고 이도저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래도 또래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종종 '그래서 좋았었다'는 반응도 듣게 된다. 나도 나쁘진 않다. 워낙 사람들의 특성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쪽도 저쪽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어서. 그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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