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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헬스 유튜브, 연애 프로그램에 관하여

by 이차원

헬스 유튜버가 뜨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스무 살 초반 때 부 때쯤부터였나 그랬을 것이다. 그때부터 소위 말하는 'MZ 세대'들에게 히트를 치기 시작한 뒤 이제는 공중파에서도 헬스 유튜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직후, 그러니까 내가 스무 살 중반이 되었을 때쯤 OTT를 비롯한 지상파에서 연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두 가지가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관찰 예능이나 여행 예능에 대해서도 다루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그 두 프로그램은 좀 더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것이기도 하고 그냥 우리나라 전체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이라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이것들에 관해서 열광하는 것일까?




'헬스 열풍'에 관해서 여러 사람들, 특히 부모님을 비롯한 기성세대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재밌는 점을 느끼게 되는데, 바로 젊은 사람들이 헬스에 관심을 갖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좀 왜곡된 생각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젊은 애들이 매우 열심히 사는 모습이므로 이 '헬스 열풍'이 우리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일부 부정적인 미디어 매체와 커뮤니티들에서 확산되는 아주 불량한 여론들에 대한 반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보통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만을 말해도 모자란 데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만 생각하는 현재 세태에 대해서 매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예시로는, 헬스 자체를 해외여행 같은 것과 한 데 묶어서 젊은 애들이 자기네 즐길 거 다 즐기면서 산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뉘앙스 역시 가끔 들어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두 가지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두 의견은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세대의 전체적인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자 헬스에 임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 헬스 열풍이 문화가 된 만큼 사회적인 이유를 한 가지 말해보고 싶다. 바로 지난번 글 'Korean Problem'에서 얘기하기도 했던 Universe 25 실험에 관한 얘기다. 이 실험에서 칼훈박사가 얘기했던 쥐들의 왕국이 붕괴되는 그 서막을 알렸던 '저출산'의 문제가 시작됐을 때 'Beautiful ones'라 불리는 세대가 나타났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출산과 가족을 이루는 것은 고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외향을 가꾸는 데에만 몰두한다. 나는 우리 세대가 열광하는 프로그램들의 종류가, 우리가 이미 칼훈 박사가 얘기했던 이 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의 헬스인의 모습은 양양 해변의 예시가 보여주는 것처럼 연애를 위해서 헬스를 하거나, 혹은 연예인 김종국 씨에게 열광하는 것처럼 운동에는 몰입되어 있지만 가정을 이루지는 않는 방식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하트 시그널, 나는 솔로 등등의 연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은 보통 소개팅의 영역에서 보여줄 뿐, 이 이상의 '관계'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너무 현실이 버거운 탓일까, 더 이상 이성을 잘 사귀지 않는 우리 세대의 취향은 유튜브와 방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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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분석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거나 우리 사회가 반드시 칼훈 박사가 말한 쥐들의 사회와 반드시 같이 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각자 세대마다 사정은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게다가 나 역시 헬스 유튜버나 연애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 문화 자체에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자체가 어떠한 가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벗어난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물론 그 자체가 나쁘지 만은 않지만, 어쩐지 저출산이라는 문제는 이런 문화 자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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