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싫지만 틀리지 않은 말들
Part 1. 옆으로 걷는 아빠게 를 보며 배운 것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귓가에 맴도는 건 아버지의 잔소리다. 밥 먹을 때 소리 내지 마라, 인사 다시 해라, 팔꿈치 식탁에 올리지 마라, TV 볼 땐 방문을 닫지 마라. 줄줄이 쏟아지는 말들 속에서 나는 늘 숨이 막혔다. 사실 아버지가 하신 말씀들을 따지고 보면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문제는, 그 말씀들을 정작 아버지 스스로는 잘 지키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아버지에게 반발이라도 하듯 “아빠는 왜 안 해?”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나는 이미 늙어서 그렇다. 너라도 제대로 해라.”
나는 그 말이 얄밉고도 서운했다. 옆으로 걷는 아빠게를 보고 곧게 걸으라는 말을 듣는 심정이랄까. 그 시절의 나는 잔소리 속에 담긴 사랑보다 불합리함에 더 예민했다. 아버지의 말투가 내겐 억압처럼 다가왔고, 반항심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잔소리는 결국 내가 잘되길 바라는 간절함의 다른 얼굴이었다. 사랑은 때때로 꼬투리처럼 들리고, 잔소리라는 옷을 입기도 한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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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사랑과 불안 사이
세월이 흘러 나는 아빠가 되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 역시 딸을 보며 잔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바르게 앉아라, 인사 다시 해라, 여기서 뛰면 다친다….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면 입은 저절로 열리고 만다. 그렇게 내 말투가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걸 느낀다.
그러다 문득 두려움이 스민다. 혹시 어린 시절의 나처럼 딸도 나를 억압적인 존재로 기억하지 않을까? 반항심이 자라나 나와의 거리를 두진 않을까?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가끔 솔직하게 고백한다. “사야, 아빠가 너 잘 컸으면 해서 잔소리하는 거야. 그런데 혹시라도 아빠를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된단다.” 그럴 때마다 딸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아빠는 100점짜리 아빠야. 걱정하지 마.”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또다시 가슴이 벅차오르고 만다. 감동의 한 바가지를 먹고, 주책맞게 눈가가 젖는다. 그 순간 깨닫는다. 잔소리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잔소리도, 지금 내 잔소리도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잔소리 속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기를...아이가 나를 떠올릴 때 부담이 아닌 안심으로 기억되기를. 그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서툴고 불안한 아빠지만, 적어도 딸의 눈에는 “100점짜리 아빠”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