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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Oct 01. 2023

골프가 쉽게 늘지 않는 이유

골프에도 '알까기'라는 재미난 표현이 있다. 볼을 찾지 못했을 때 몰래 다른 볼을 놓는 것을 말하는데 나도 알까기를 해본 사람으로서 그 유혹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필드 나가는 횟수가 많지 않아 필드에서 한 번이라도 더 치고 싶고 스코어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분명 살았겠다 생각했는데 가보면 없을 때 주머니에서 공 하나 꺼내 몰래 알까기 하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


티샷 한 볼이 어이없이 사라지면 캐디에게 멀리건을 구걸하기도 하고 플레이하기 애매한 곳에 있는 볼은 편한 곳으로 옮겨 칠 때도 많았다. 필드에 자주 나가면서 스스로 규칙을 엄격하게 지켰고 그때부터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벙커, 헤비러프, 페널티구역등 트러블 상황에서도 볼이 놓인 그대로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규칙을 지키 플레이했을 때 샷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한 타 한 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이없는 실수도 하나 둘 줄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레슨을 받고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불구하고 타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십중팔구는 규칙을 쉽게 어기거나 게임을 빨리 포기하는 사람일 것이다. 골프가 잘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드 구력이 오래되거나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은 사람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가 뭘까?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내가 그랬고, 구력 많 분들의 플레이가 그렇.


골프는 강함보다 부드러움이 낫고, 잘해야지 맘먹기보다 생각 없이 할 때 잘 되는 요상한 운동이다. 정지해 있는 볼을 가장 정확하게 맞추는 방법은 마음이 편하고 호수처럼 고요때였. 연습할 때 그렇게 잘 맞던 볼이 왜 안 맞을까? 라며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연습이다 생각하고 한번 해 보세요'라는 말밖에는 달리 해줄 말이 없다. 연습할 때 잘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말이 정답이니까.ㅎㅎ 그런 사람들에게 10번 연습스윙에 10번 모두 잘 맞았는지 되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싱글 플레이 이상할 수 있을 것이고, 8~9번 잘 맞으면 80타대를 치거나 보기 플레이일 가능성이 크다. 골프는 연습처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연습할 때 보다 더 잘할 수도 없지만 더 못하기는 너무 쉽다. 왜냐면 연습할 때 없었던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고, 막연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여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나는 플레이 도중 스코어카드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

전반이 끝나면 확인해 보고 만족스럽지 않을 때 화장실에 가서 잠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보기플레이를 탈출하고 싱글플레이를 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스윙자세나 방법보다는 마음의 변화였다. 언뜻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사실이다. 예전과 똑같이 오버백스윙을 여전히 하고 있고, 2 펏 3 펏도 한다. 나도 예전처럼 연습할 때 잘 되고 필드에서 아쉬운 실수를 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실수 이후 다음 샷에 크게 영향을 지 않는다는 것이고 트리플을 하더라도 게임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내 타수에 한계를 느끼는 것이 있다면 한 끝 차이로 벗어나는 3미터 이내 퍼팅에 있다. 퍼팅 그린을 읽어내는 경험이 아직 부족하여 그런 것이라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조인으로 골프를 치다 보면 구력이 10년 넘었는데 여전히 보기 플레이하는 분들을 가끔 본다.

물어보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라운드를 나온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처럼 골프가 안 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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