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욱 Oct 09. 2023

통증 치료제 골프

해마다 두세 번씩 반복되는 어깨통증은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몇 주, 심할 때는 한 달 넘게 나를 미치도록 괴롭혔다. 그때는 회사 마치고 집에 와서 맨날 멘소래담 바르고 휴대 안마기로 마사지하는 게 일상이었다. 뒷목이 뻐근하고 통증이 어깨로 내려갈 때쯤 되면 고개를 들거나 돌리지도 못한다. 끝물에는 팔도 저리고 옆구리까지 통증이 내려가는데 그때까지 겪어야 할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은 나는 물리적으로 보면 언제 아파도 이상할 게 없는 환자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어깨통증의 원인이 실제로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들이대며 거북목에 경추뼈가 신경을 누르는 물리적 현상이 통증을 만들게 된 원인이라는 의사의 진단 이후 다른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의사의 매뉴얼을 착실하게 따랐지만 통증은 반복적으로 찾아왔고 신경을 누르는 물리적 현상도 변하지 않았다.

물리치료와 약침도 꾸준히 맞았고 도수치료와 체형교정까지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했는데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 없이 한 달 동안 들어간 병원비만 몇 백만 원 깨졌다. 앞으로 최소 6개월, 길게 잡으면 1년 이상 꾸준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말은 왠지 나를 호갱으로 몰아가는 듯 들렸다. 

마지막으로 찾아 간 병원에서 골프처럼 회전근을 사용하는 운동은 절대 안 되고 매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며 자신이 구독한 유튜브 채널을 진통제와 함께 처방해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의사들이 말하는 뼈의 모양이 문제고 뼈가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라면 항상 아파야 되는데 멀쩡하다가 한 번씩 아프다면 그게 뼈와 신경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통제를 먹으면 몽롱하고 피곤해져서 참기 힘들 때만 먹었는데 의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제때 약을 안 먹어서 더 고생한 거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여전히 거북목이고 뼈가 신경을 누르고 있지만 사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통증의 진짜 원인이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4년 전 부서 이동을 할 때쯤 통증이 시작되었고,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서를 옮기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업무가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보기 싫은 사람을 봐야 하고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오는 짜증과 분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나와 같이 부서를 옮겨야 했던 동료는 한쪽 청력을 잃을 뻔 한 일로 3개월 병가까지 냈다. 회사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일들은 걱정과 불안이 분노로 폭발될 만큼 스트레스로 쌓였고,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스트레스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마다 몸으로 전이되어 통증으로 표출되었던 거였다. 의사도 아닌 내가 어떻게 그걸 아냐고 물을지 모른다. 엑스레이로 찍을 수 없는 내 마음은 의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진다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주변에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스스로 방법이 없다고 단정 짓거나 해결하지 못한다 믿었기 때문에 가장 쉬운 병원부터 찾아다녔던 것도 나였고 끊임없이 괴롭히던 통증을 참아야 했던 것도 나였다.


내 성격 특성상, 나는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 유형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여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낼 때 그게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부서 이동 이후 이런 성격 특성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일할 때 행복감을 느끼던 내가 일하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스스로 만들며 불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단지 싫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밀어낼 게 아니라, 본래의 성격특성대로 행동하기로 마음먹고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주변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성격특성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통증을 일으켰던 스트레스가 어떤 대상이나 일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었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특히, 10년 넘게 등산, 수영, 여행 같은 취미활동들을 하고 있었는데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은 내가 온전히 골프에 집중하면서부터였다. 골프처럼 회전근 운동이 디스크에 악영향을 주므로 절대 하지 말라던 의사의 협박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내가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골프를 할 때는 항상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수영이 효과가 좋긴 했는데 마지막으로 몹시 아팠을 때는 골프가 확실히 더 좋았다. 골프는 내 성격특성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내 성격특성에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때 행복감을 느낀다.

골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내 성격특성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시선보다 오로지 주관적 판단을 기준으로 나름대로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뭔가를 오랫동안 고민하기보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계획하고 곧바로 행동하는 빠른 추진력도 있다. 가끔 성급한 결정으로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사람들마다의 성격특성은 좋은 것도 나쁠 것도 없으며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면 각자의 개성대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거라 생각한다.


이런 내 성격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골프가 좋았다.

골프는 혼자 하는 운동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샷을 하는데 40초 이상 시간을 끌면 벌타를 받는 운동이다. 그래서 매번 샷을 할 때 어떻게 할지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 필드에서 실수할 것을 두려워해 샷을 할 때 주저하면 오히려 실수할 확률이 높다. 골프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운동이기 때문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머리보다 동물적인 감각 필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과 연습량이 절대적이다. 골프에서 라베를 하면 날아갈 듯 좋다. 노력의 대가로 내가 그토록 바라던 스코어를 달성하면 큰 성공을 이룬듯한 기분이 들고 더 좋은 스코어를 향해 더 열심히 연습을 하고 싶은 충동까지 밀려든다. 회사에서도 본래 내 성격특성대로 생활했고, 취미생활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들었고 출근이 싫다는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 통증이 사라진 뒤로 몇 년째 다시 찾아오지 않았는데 마음이 편해진 결과가 확실하게 나타난 듯하다.


무엇보다 가장 확실하게 변한 것은 골프 실력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는 과정이 꾸준히 반복되면서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골프를 즐기면서 말끔히 치유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전 10화 골프가 특별한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