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도전해 본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시험에서 불합격했다. 몇 년 전 시작된 노안으로 자유롭게 책 보는 것도 쉽지 않아 다초점 안경을 해야 하나 고민까지 하며 힘들게 준비했는데 말도 안 되는 실기평가에서 실수를 하면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시험문제를실수로 틀렸을 때 분노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극도의 분노와 절망감이 몰려와 퍼팅 그린에서 울뻔했다. 분노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시험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마주 오는 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 도로 끝 턱을 부딪히면서 조수석 앞뒤 타이어가 터지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접수하고 1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 내게 연속적으로 일어난 모든 일들을 그저 불운 탓으로 돌려야만 이런 뭐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2미터도 안 되는 짧은 퍼팅을3펏하는상황...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해할 수 없어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해도 울분은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반듯이 성공해야 합격하는 동반자들은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공이 홀컵 안으로 잘만 들어갔다.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을때 당연히 합격 펏팅을 할것이라 예상했던 동반자들은 카트에 앉아서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붙이기만 하자'마음속으로 몇 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그 짧은 순간에 넣으려고 그랬는지 그냥 때려 버렸다. 머리가 하얘지면서 무심코 행동했던 나에게 화가 치밀었다. 볼은 반대편으로 넘어가 방금 스트로크 한 거리와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섰다.그때도 한 템포 쉬면서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충분히 넣을 수있었을 텐데 나에게 화가 난 나머지 마킹 없이 그대로 플레이했고, 공은 홀컵을 한 바퀴 뺑 그르르 돌더니그대로 튀어나와 버렸다. 나를 놀리기로 작정한 놈 같았다.
'왜?... 지금 내가 뭘 한 거지?'
그린 위에 망부석이 된 나를 남겨두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날 내가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쓸데없이 넣어 보겠다고 욕심냈던실수 한 번이 나를 이렇게 자책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섣불리 한 행동 하나가 불러온 정신적 스트레스와 대가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다시는 이런 식의 퍼팅을 하지 않으리라 비싼 타이어값을결제하면서다짐했다.집에 와서 충격에 빠진 나머지 그렇게 열심히 하던 퍼팅연습도 한동안 하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