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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Apr 06. 2023

[교사의 시선詩選] 애들아 안녕?

꽃들아 안녕 -  나태주

꽃들아 안녕-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매일 아침 아직 깨어나지 않은 복도를 건너 교실로 갈 때의 느낌이 좋다. 일찍 출근하는 편인 나지만 나보다 먼저 교실에 도착해있는 학생들이 꼭 있다. 이 녀석들은 내가 교실문을 열려고 하면 벌컥 문을 열고 나는 놀래키려 한다거나 내가 문 앞에 서면 자동문처럼 문을 열며 환영해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놀라는 시늉도 하고 또는 "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치기도 한다. 요런 귀여운 녀석들은 밤새 교실에 있는 요정이나 도깨비 같다. 우리반 요정님들, 도깨비님들에게 나는 "애들아,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고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접속하고 내 거대한 머그잔을 챙겨 협의실로 간다.


 내 아침 루틴은 이렇다. 아이들과의 짧은 상황극이자 인사를 마치고 협의실에서 아침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 수업계획을 점검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인터넷 뉴스도 읽곤 한다. 아침 루틴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쯤이면 협의실 문 너머로 우리반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교실로 가야 할 시간이다. 출근시간이다.


  아이들 소리로 채워지고 있는 교실에 들어서면 기특하게도 담임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나도 밝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꿈뻑꿈뻑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아이들, 아침부터 친구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책세상으로 접속되어 있는 아이들 등 아침 우리반 교실에는 다양한 꽃들이 펴있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반복되는 하루 일과에 지쳐갈 때면 이런 꽃들과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날들이 생기기도 한다. 주변의 많은 기대를 가득 짋어지고, 매일매일 새로운 배움에 도전해야 하고, 나날이 자라나느라 힘내고 있는 꽃들에게 하나하나 따뜻한 눈 맞춤으로 아침의 서늘함을 녹여주고 싶다. 

"애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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