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으로 달려갈 때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두었다간 체력이 바닥나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군대 이후로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몸을 단련시킨 적이 없었다. 당연히 체력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그래서 생각한 게 체력 담금질! 제대로 한번 몸을 예열해서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려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에 한 번 주기로 제대로 된 담금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은 그대로 두면 점점 약해지고,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기존의 한계치도 낮아지는 게 아닐까.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렇게 약해져 가는 체력을 제대로 한번 담금질하면 체력의 한계치가 올라가 체력 저하의 속도도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0세 쯤에 제대로 담금질을 해보기로 했다.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약해져 가는 체력을 담금질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 살던 곳 근처의 복싱 체육관을 다녀보기로 했다. 복싱은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결국 못 해본 운동. 그리고 복싱은 꽤 체력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담금질에 제격으로 보였다. 그래 이 기회에 복싱을 해보자!라고 결심하고 도장을 찾아가 39살에 복싱을 시작했다. 3년 정도 꾸준히 몸을 단련했다. 3년 차에는 관장의 권유로 생활 복싱 대회에 나가 체력의 한계까지 힘을 쏟아보았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스릴도 만점이고 제대로 된 담금질이었다. 다시 대회에 나가보고 싶지만 위험한 운동이라 시합은 한 번으로 만족한다. 얼마 후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복싱은 그만두게 됐다.
이후에도 틈틈이 가벼운 운동을 해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은 조금씩 더 무거워졌다. 특히 6년 전 아오모리로 오고부터 술자리도 많아지고 출퇴근도 차로 하다 보니 몸을 움직일 일이 더 없어졌다. 무엇보다 10여 년 전 40대를 향하던 몸과 50대를 향하는 몸은 또 다른 차이가 느껴졌다. 그래서 50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담금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뭘 해볼까? 수영? 정식으로 해본 적도 없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선택이 쉽지 않다. 다시 복싱? 시내까지 나가야 하고, 한 번 해봤으니까 좀 새로운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 혼자 하기 애매하고, 돈도 좀 들 것 같고... 그래서 시작한 게 달리기. 올해로 3년 차. 복싱도 3년을 하고 대회를 나갔고, 달리기도 3년을 하고 이번에 마라톤 대회까지 나갔다.
복싱도 그랬지만 달리기도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됐다. 제대로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 실전이 중요하다. 달리기의 경우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하지는 못했다. 특히 아오모리는 눈이 많아 달리기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 그래도 봄, 여름, 가을에는 꾸준히 달리기를 한 덕분에 첫 마라톤 대회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복싱은 3년 뒤 그만뒀지만 달리기는 손쉽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니 지속해야겠다.
이제 50대. 10년에 한 번씩의 담금질보다 좀 더 일상적인 담금질이 필요한 나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