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와 있으면 반백수 생활을 하게 된다.
출장을 다니기도 하지만 그렇게 빠듯한 일정이 아니고 방학이나 휴가도 포함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보람이 깨워 아침을 먹이고, 등교를 시킨다거나,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일은 내가 담당하게 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면 항상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책 안 주워오기.
아파트 내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가면 항상 그럴듯한 책들이 꽤 버려져 있다. 책 욕심이 많은 내가 보기엔 아까운 책들이 적지 않다.
그런 책들 중에는 당장 읽고 싶은 책,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읽고 싶은 책, 초등학생 보람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들이 꽤 많다.
하지만 작은 우리집의 실내는 이미 온갖 짐으로 포화상태. 보람 엄마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도 제발 좀 버리라고 성화다.
그리고 욕심으로 책을 주워놓으면 시간이 없어 못 읽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점도 쓰레기장의 책 수집을 주저하게 한다.
그래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쌓여있는 책을 안 줍고 미련 없이 돌아오기 위해 애를 써야 힐 때가 많다
그런데 어제는 두 권을 줍고 말았다.
한 권은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이라는 책이다. 꼭 읽어보고 싶은 주제이다. 주제도 재밌고 저자가 조영남이라는 점도 조금 끌렸다. 그의 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의문이지만, 평소 그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솔직하게 쉽게 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 권은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이라는 책이다. 제목이 재밌었다. 이건 딱 브런치스토리에서 있을 법한제목이다. 읽어보면 브런치 스토리나 브런치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주워버렸다.
이 정도면 행운아닌가?
관련 브런치 스토리:
나를 꼭 버려야겠어?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