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있다 보니 김치 먹을 일이 잘 없다. 혼자 살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잘 안 먹는다. 가끔 간단하게 해먹을 때도 있지만 바쁘면 보통 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김치가 싸지도 않다. 한국에서도 김치는 집에서 가져다 먹었고 사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리고 외국이다 보니 좀 비싼 걸 사 먹어야 제맛이 난다. 싼 김치를 구입하면 맛도 별로였다. 그리고 한 번은 사 먹던 김치의 원산지를 보니 중국산이었다. 김치가 중국산? 처음엔 의아했는데, 생각해 보면 한국에도 중국 김치가 들어오니 어쩌면 당연한 일. (지난번 뉴스에서 중국 김치 공장 직원이 웃통 벗고 김치통(?)에 들어가 있는 사진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랬는데 몇 달 전에 근처 마트에 못 보던 김치를 팔고 있었다. 총각김치였다. 10월 경이었던 것 같은데, 450그램짜리가 약 35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세일 가격이어서 하나 사 먹어 봤다. 총각김치를 먹어본 게 얼마만인가. 꽤 맛있었다. 더 사 먹고 싶었지만 다음에 갔을 땐 더 이상 판매하지 않았다. '몇 개 더 사둘 걸 그랬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다 12월 말에 그 마트에서 총각김치, 열무김치, 깍두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열무김치를 팔다니..'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 이번엔 약 1900원이었다. 지난번의 반값도 안 됐고 한국에서보다 훨씬 싸게 느껴졌다. 총각김치는 지난번에 먹어보니 맛있었고 나머지 김치도 CJ에서 만든 김치니 신뢰해도 되지 싶었다. 김치를 많이 안 먹지만 욕심이 났다. 그래도 많이 살 수 없어 열무김치 하나, 총각김치 하나씩만 샀다. 며칠 뒤에 가보니 저 저렴했다. 139엔, 약 1400원. '이런 더 싸졌네.' 그래서 총각김치만 하나 더 구입했다.
마트 진열장에 김치가 가득 차 있다
총각김치 450g이 139엔
며칠 시간이 지나니 가격이 더 저렴해졌다. 깍두기는 약 1000원이고 총각김치와 열무김치의 경우 400원!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 너무 아까웠다. 사야 해 말아야 해,,, 그냥 김치면 오래돼도 묵은 김치로 먹으면 되니까 상관없을 것 같은데, 열무김치와 총각김치는 오래 두고 먹어본 적이 없이 고민됐다. 이미 사버린 김치도 꽤 있고.
깍두기 108엔
열무김치 43엔
총각김치 약 43엔
김치고비
김치를 사자니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지 고민이었고, 안 사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결정했다. 그래 김치고비 기간을 갖자! 반찬은 김치만 먹어보자. 마침 연말연시 약 2 주 정도 공휴일이었다. 일본의 에너지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서 연말연시 휴가를 길게 주었다. 출근을 안 하니까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면 된다. 그래서 결정했다. 연말연시는 김치고비로 지내보자! 김치만 가지고 이 주를 버텨보는 거야,라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8 봉지 이상을 구입했다. 아래는 일부 김치의 사진이다.
가격이 싸질 때마다 구입하다 보니 처리곤란할 정도의 김치가 냉장고에 쌓였다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김치로 끼니를 해결해 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미국에서 김치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나도 다이어트까지? 그럼 식비 절약에 다이어트까지? 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김치만 먹으면 그러니까 계란 프라이랑 김치를 중심으로 식사를 했다. 라면을 먹을 때도 김치.
김치 모둠
계란으로 영양 보충
깍두기와 열무김치
신라면에도 김치
김치김치김치. 김치만으로 이 주를 버텨보려 했지만 반은 성공 반은 실패. 아점은 거의 이렇게 김치로만 먹었지만 외출하면 뭔가 든든한 게 먹고싶어져 결국 가게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그리고 연말연시라 저녁 약속도 가끔 있어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게 됐다. 그래도 최대한 김치를 중심으로 끼니를 때웠으니 반은 성공했다고 자평해 본다.
근데 왜 이렇게 김치를 싸게 팔았을까? 직접적인 이유로는 유통기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12월 31일이 유통기간이었다. 그럼 김치가 왜 이렇게 안 팔렸을까? 사실 일본에서는 김치는 곧잘 팔리는 편이다. 슈퍼에 가면 보통 김치가 놓여있다. 보통 잘 팔리는 편이고 가끔 유통기간이 지난 김치가 있는데, 유통기간이 가까워지면 50%까지 세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 김치가 보이면 바로 구입하는데 잘 없다. 그만큼 김치가 흔하고 유통이 잘 되는 편이다.
이번에 내가 구입한 김치는 일본에서 익숙하지 않은 김치라 안 팔린 게 아닐까. 이번 세일 항목 중에 배추김치는 없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지인들도 총각김치는 거의 모르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한 지인이 무우로 된 김치를 선물 받았는데 처음 본다고 했는데, 바로 총각김치였다. 더더구나 열무김치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김치가 일본하고도 먼 시골마을까지 왔으니 거의 안 팔린 게 아닐까? 덕분에 나는 자발적 김치고비 기간을 갖고 맛있게 실컷 먹을 수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