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릴레이

by 향글

‘차만 있으면 이 세상에 소원이 없겠다’ 고 간절히 바라던 때가 있었다.

차가 있으면 내가 더 멋있어질 것 같았고 내 삶은 흥미진진한 이벤트로 채워질 것 같았고 재미있는 일들이 저절로 벌어질 것 같았다. 벌써 몇 십 년 전이지만 그때의 그 간절한 심정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나는 지금 차가 있고 시티라인이 멋진 한강뷰를 보며 운전을 하고 있다. 나는 운전을 좋아하지도 않고 새로 가보는 길은 겁부터 먹는 쫄보인데 한강을 보며 운전을 할 때면 매번 감탄해 마지않는다.

‘내가 이 멋진 도로를 운전하면서 가고 있다니…’

그러면서 차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차만 있으면 세상에 바랄 것이 없겠다던 소원이 졸업하고 취직만 되면 바랄 것이 없겠다, 좋은 남자를 만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결혼만 하면 바랄 것이 없겠다, 저 아파트만 당첨되면 바랄 것이 없겠다며 끊임없는 소원릴레이가 되었다.


나는 지금 26개월 할부를 끝내고 온전히 내 소유가 된 차가 있고,

부동산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관심 없는 한적한 곳이지만 집도 있고 든든한 남편도 있다.

그런 나는 행복한가? 세상 바랄 게 없어졌던가?

왜 나는 바라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그 행복에 금방 익숙해지는 걸까?

마치, 이 행복이 늘 내 것이었던 것처럼.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 것이 하나 더 있다.

10살 꼬꼬마 시절부터 30살 성인이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의지하며 살았었다. 시력은 좋아지지 않고 점점 더 나빴지기만 하고 안경과 나는 한 몸처럼 지냈는데 기적과도 같은 라섹수술을 하고 안경을 벗었다. 아침에 일어나 안경 없이 시계를 볼 수 있었고 안경 없이 목욕탕을 가도 너무 말갛게 잘 보였는데 그 감동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늘 눈이 좋았던 사람처럼 행동했고 급기야 시력이 몹시 나빴던 것도 잊어버렸다. 수술하고 10년 정도 지난 후에는 다시 안경을 쓰게 되었는데 시력이 나빠졌다고 속상해했던 기억난다. 안과에서 진료를 보고 “선생님, 수술을 했는데 왜 시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요?” 하며 물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수술 전에는 훨씬 더 안 좋으셨습니다” 했다.


내가 바라던 것들이 많이 이루어진 지금,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로 눈을 돌려 또 바라고 있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찾았으면 좋겠고, 조그맣게 라도 마당이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고, 내 안에 있는 창작의 신이 깨어나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이런 것들을 바라는 것이 잘 못 된 걸까?

내가 바라는 것들이 무엇이고 그것들로 인해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바라던 것들이 이루어졌을 때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바라는 마음은 오래 기억되고 받았을 때의 감동은 너무 짧다. 너무 간절히 바라다 못해 욕망이 나를 움켜쥐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사진: Unsplash의 Minku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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