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서둘러 어딜 가게?

by 향글

최근에 생긴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명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수업 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5~10분 잠시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한다. 명상이 좋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어느 책에서 보니 가이드명상이 좋다고 하여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명상을 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나의 행동이 가져다줄 효과를 먼저 기대하게 된다. 물론,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명상을 하면 게시를 받듯 비전이 보인다거나 챠크라 빛이 보인다거나 하는 상상을 했었다. 마치, 첫 키스를 하면 종소리가 들린다고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10분 명상이 꽤 길다는 것이다. 서너 시간 책도 보는 데 10분은 너무 짧을 거라 생각했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10분은 의외로 길었다. 명상을 하는 도중 시간이 다 되었는지 눈을 살짝 떠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쇼츠를 10분 본다고 하면 (쇼츠를 10분만 보지 않겠지만) 정말 찰나와 같은 시간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정말 나를 위해 10분도 쓸 여유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명상을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파도치듯 오가는데 대 부분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다음 끼니엔 뭘 먹을 건지, 또는 내가 바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직 명상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의 뇌는 벌써 다음에 취할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상 끝나고 나가면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것, 신발을 뭘 신고 가야 하나, 오늘도 차가 많이 막힐 까 등이다. 명상 지도자들은 그렇게 여러 생각들이 떠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냥 파도치듯 생각이 오는 가보다, 가는 가보다 하면서 바라보면 된다고 위로를 한다.


이게 명상의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내 생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식탐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닌데 명상 도중 음식 생각을 꽤 많이 한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또 하나 알아차린 것이 있다면 내가 모든 행동을 빨리 하려고 서두른 다는 것이다. 지금도 빨리 이 글을 쓰고 침대에 누워야지, 그리고 벌거벗은 세계사를 봐야지 하며 글쓰기를 서두르고 있다. 명상을 할 때도 끝나고 나면 뭐 해야지 하며 미리 준비를 하고 있고 저녁을 먹을 때도 빨리 먹고 빨리 정리하고 쉬어야지, 하는 계획들로 항상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현재는 항상 미래에 담보를 잡혀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담 샌들러의 영화 중 ‘클릭’이라는 영화가 있다.

가족과 직장사이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매일 정신없이 살고 있는 주인공 남자가 어느 날 마법의 리모컨을 얻게 된다. TV 리모컨과 같이 생긴 이 리모컨은 빨리 감기, 되감기 등의 버튼이 있어서 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집에서 영화를 보듯 빨리 감거나 되감기를 하며 현재 상황을 휘리릭~ 흘려보낼 수가 있다. 마법의 리모컨의 기능에 홀딱 반해버린 주인공은 지루한 회의에 참석하거나 하기 싫은 집안일들을 할 때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 버린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상상해 봄직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이런 기능들을 즐기면서 사용하다가 리모컨이 점차 그의 습관을 학습하여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건너뛰게 된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순식간에 늙어버린 주인공이 그동안 자기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순간들을,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다 보지 못하고 갑자기 늙어버려 후회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빨리 감아버린 인생에서는 되돌아볼 추억이 없었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내 인생을 빨리 감아 버리는 것이 아닌지 명상을 하면서 알아차리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흐르고 나는 일분일초를 살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깨달음은 있지만 아직도 수련이 한 참 부족하다. 명상을 마치고 집을 나와 운전대를 잡으면 천천히 가고 있는 차들을 향해 짜증 내면서 추월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나의 일상이 너무나 많은 스켸줄과 약속과 할 일들로 쪄들어있어 시간에 쫓기는 습관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것이다.


현재를 조금 더 느끼고 즐길 줄 알아야겠다. 주말이 오면 뭐 할 건지, 다가오는 여름휴가 때는 뭐 할 건지, 내년에는 뭐 할 건지 계획은 그만 세우고 나에게 손님처럼 찾아온 오늘을 잘 대접하여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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