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중요하지만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당신 역시 계획을 세우다가 ‘이러다가 갑자기 결혼할 건데, 뭐’ 이러면서 아무 계획 없이 남자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혼을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혼을 한다고 아파트가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노후 연금이 땅에서 솟지도 않는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준비해야 할 것은 똑같다. 결혼을 하면 모든 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일종의 현실 도피이다. 당신은 신데렐라가 아니니까.
반대로 결혼이 조급해지는 이유 역시 결혼 외에 아무 계획도 세워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혼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인생 계획이 필요하다. 출산을 제외하고 결혼으로 달라지는 인생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싱글예찬 중)
손발이 오그라드는 책 제목, ‘싱글예찬’. 내 게으른 탓 도 있겠지만 왠지 진부한 책 제목 때문에 손이 가질 않았는데 날도 춥고 햇살 좋은 휴일 오후 그냥 읽기 시작했다. 책 서두에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듯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에 도취되어 읽다 보니 어느덧 한 권을 후딱 다 읽게 되었다. 그만큼 가벼운 책이긴 하지만 연초에 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낀 점. 따뜻한 남향의 우리 집은 낮에 햇살이 정말 잘 비쳐서 책 읽기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 종종 이렇게 책을 읽어야겠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앞에 읽은 서두 바로 전에는 저자가 오래된 침대를 쓰고 있으면서도 결혼할 까봐 섣불리 침대를 못 바꿨다는 일화가 있다. 딱! 내 이야기이다. 요즘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 원인의 90% 정도는 저 싸구려 침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집에서 이렇게 오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사 나가면 저 침대를 버리리라 생각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침대를 구입하고 배달하러 온 아저씨도 그랬다. ‘일 년 정도 쓰고 좋은 걸로 바꾸세요’.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침대… 벌써 3년 가까이 쓰고 있다.
내 주위에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결혼식 때 올린 머리 하려고 자르지도 못하고 대학 때부터 한 번도 짧은 머리를 하지 않았다는 장대리는 아직도 선을 보고 다닌다. 속으로 비웃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도 딱! 그렇게 보일 거다.
솔직히 전세로 집을 얻어서 나가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조만간 결혼을 하게 되고 전세가 안 빠지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또다시 싸구려 침대 꼴이 나기 전에 올해는 꼭 이사를 가야 한다.
결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여자들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잘난 척 해도 나 또한 그러고 있었다. 땅으로 꺼져버리게 챵피한 일이지만 내가 지금 딱! 그 모양이다.
나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지성인이라 잘난 척하고 있지만 나도 무계획으로 오지도 않을 남자만 기다리는 한심한 여자였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답시고 마지못해 나가는 소개팅 자리에는
‘내가 남은 인생을 이런 사람이랑 보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 앞에서 이쁘게 보일라고 화장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웃어주기까지 하는데 내가 연락까지 하고 관심 있는 척해야 해?’ 하는 분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면 내 인생 계획은 내가 세워야 할 거 아닌가? 돈을 억대로 벌어야지만 화려한 싱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니, 싱글이 됐건 커플이 됐건 한 번 사는 인생을 이렇게 밋밋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내 요리 실력처럼, 지난 10년 간이 혼자 사는 연습을 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혼자서도 자알 살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잘 살아 보는 거다. 현명하고 실속 있는 아름다운 개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