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면 사는 게 아니다

선택의 길목에서

by 향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자신이 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 뒤치닥 거리에 생각들을 잠시 잊고 살지만 가끔 이 모든 일상의 잡일들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순간 머리에 있던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생각에 파묻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우리 자신을 바쁘게 돌리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 자신을 정신없게 만들 무엇인가를 찾아 헤맨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생각들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나는 정말 별나게 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학교만 졸업하면 이것만 끝내놓으면 돈 문제만 해결되면 연애를 하게 되면 난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물론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인생은 밀물, 썰물과 같아서 행복한 순간과 힘든 시간이 항상 교차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행복은 너무나 상대적인 것이어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을지언정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언제부터 난 사는 게 두려워졌는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고 이대로 주저앉는 것이 두렵고 실패할까 두렵고… 너무나 용기를 잃었다. 누군가는 이런 게 나이 먹는 것이라 했다. 하긴 나이가 어리면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많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렇게 선회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자연히 조바심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청춘은 60부터’라고 하는데 비록 선회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줄어들지 몰라도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기 위해 하는 말일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 내 인생을 그린 지도가 있다면 활짝 펼쳐놓고 그대로 따라가고 싶은데 인간사가 항상 미스터리 한지라 그러한 지도는 어디에도 없고 오늘도 난 골머리를 썩는다. 어차피 결정은 한 번에 하나이고 한 번에 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어쩌면 이렇게 간단한 이치가 왜 항상 나를 괴롭히는지. 게임에서 처럼 목숨이 서너 개 주어진다면 이번생을 망쳐도 다음 생에 보완해서 살아 볼 수 있을 텐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단 하나의 인생도 제대로 못 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항상 두렵고 나는 오직 한 가지 선택만 할 수 있다. 나에게 선택받지 않은 다른 길들은 내 인생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 길들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결단이 선다면 이제 선택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