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살에서 서른살 이 됐을 때 느낌은 남달랐다.
스물아홉살 때는 '이제 곧 서른살이 된다'는 생각에 너무 너무나 착잡하고 그 쓸쓸한 노래의 가사 처럼 '머물러 있는 청춘' 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쓸쓸했다. 정말 본격적으로 '이게 나이먹는 거구나' 라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누군가 '연령대가 20대 세요? 30대세요?' 라고 물으면 '네, 30대 인데요' 라고 대답하기가 망설여지는 나이가 서른살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던 새해. 서른살에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고 내가 생각했던 서른살의 내모습과는 영 딴 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열아홉살에서 스무살 때도 특별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열아홉살때 내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열아홉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나이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스무살이 됬으면 좋겠다". 열아홉살은 어린 아이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도 아닌 어설픈 나이였다. 스무살이 되는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스무살이 되었지만 스무살도 별다른 사건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후론 나이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어떨때는 내 나이까지도 헷갈렸다. '내가 지금 스물여섯살인가? 스물일곱살인가?'
한 때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스무살 이 됬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을 가졌지만 그 동안 한 해 한 해 지나온,어떻게 보면 지루하기도 한 그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난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거다.
솔직히 말하면 아쉽다.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릴때 부터 일등이나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정도였고 그리고 내 노력에 따라 더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어서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그만한 댓가가 있었기 때문에 넉넉하지도 못한 유학 생활도 견뎌냈고 난 그런 내가 대견 스러웠다. 난 노는것도 공부도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난 뭐든지 잘할 수 있었고 하고 싶었고 성공하리라 믿었다. 그런게 젊음인가보다. 약간 무모한 젊음...
최근 몇년간 거듭되는 실패. 극과 극을 달리며 행복의 시간과 불행의 시간이 교차하면서 난 눈물을 주고 레슨을 얻었다. 원하는 대로 안되는게 있다는걸 깨달았다. 내 나름대로 꽤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엄마 말로는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젠 인정한다. 세상엔 내가 잘 할수 있는거 보다 못하는게 더 많고 내가 그리는 멋진 성공 보다 그냥 평범하게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게 나이 드는건 가보다.
이번 새해 소망은 '예전에 나였으면 안 했을 것들'을 시행해 보는 것이다.
'에이, 이건 안 될거야',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거절하면 어떻하지?', '이건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나를 앞으로 나가지 못 하게 방해하는 생각들.
예전에 나라면 망설이다 그만두고, 걱정하다 포기했을테지만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때 마다
'난 예전에 내가 아니야'라고 되뇌이며 한 발짝 앞으로 나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