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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푸치 Jun 14. 2024

갑상선암 안녕? 안녕!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찾아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갑자기 불쑥 찾아와 당황스러웠던 적이. 내게 찾아온 갑상선암이 바로 그랬다.


갑상선 조직검사 결과 양성이었지만 종양의 크기가 거의 10cm 정도로 컸기 때문에 기능적이든 미용을 위해서든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은 갑상선의 기능을 위해 크기가 더 컸던 오른쪽 갑상선만 제거하기로 했다.


일반 절제술을 통해 수술을 하게 된다면 종양이 워낙 커서 목걸이라인으로 커다란 수술자국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켈로이드성 체질도 가지고 있었기에 수술부위가 아물어도 피부 조직이 변해 수술부위의 피부가 부풀고 색도 붉게 변한다. 그래서 항상 노출이 되어 있는 목 부위에 커다란 수술흉터를 남길 수 없었고 그 대신 수술비가 거의 1000만 원으로 비쌌지만 소형로봇을 이용해 수술부위를 조금만 절개해도 되는 로봇수술을 받게 되었다.




갑상선 수술은 내게 조금 남달랐다. 평상시에도 종양이 잘 생겨 수술은 많이 했었지만 종양과 함께 내 신체 일부 기관인 갑상선 한쪽을 떠나보낸 상실감은 마음을 조금 허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떼낸 종양은 마푸치증후군과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에도 보내졌고 최종적으로 갑상선 조직에서 마푸치증후군을 유발하는 유전자 2개를 검출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양성종양인 줄 알았던 갑상선 종양은 악성 종양이라는 결과도.


20대 후반 꽃다운 나이였다. 특수교사로서 일을 시작한 지 4년 차, 한참 열심히 일을 하고 결혼, 임신, 출산이란 인생의 계획도 미래도 어렴풋하게 그려보는 예쁜 나이 28살의 여름. 갑상선 여포암이란 불청객이 불쑥 끼어든 것이다.


갑자기 덜컥 암 판정을 받아 정보를 찾아보니 갑상선암의 종류에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등이 있었다. 갑상선암의 대부분은 유두암으로 95%를 차지하고 나머지 5%는 여포암, 저분화암, 미분화암, 수질암 등이었다.


갑상선 여포암은 발생 빈도는 높지 않으나 다행히 다른 암에 비해 전이 속도가 느리고 생존 확률이 높아 예후가 좋은 암이었다. 그리고 조직 모양이 양성종양하고 비슷하게 생겨 조직검사에서 구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종양을 직접 떼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종양이었다.




종양이 잘 생기는 병을 가지고 있어 언젠간 내게 암이 찾아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양성종양인 줄 알고 수술했던 게 악성종양이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듣고 5분이 좀 지났을까. 나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마음과 정신을 다잡았다.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불효는 저지르지 않을 거다!”


이렇게 나는 다소 용감 무식한 적극적인 마음과 자세로 수술과 치료에 임하기로 다짐했다.




어떤 종류가 되었든 ”암“이라는 것은 단순히 스치듯 지나가는 감기 같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공격적인 암에 비하면 갑상선암은 정말 감사한 암일 수 있다. 하지만 병증의 경중 여부를 떠나 당사자의 힘듦과 아픔, 그리고 고통과 슬픔 등의 경중은 타인이 감히 판단할 수 있는 여부일까?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 딸이, 아내가, 부모가 혹은 자기 자신이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목소리가 변조되고 목 근육이 유착이 되고 방사선치료로 저요오드식을 하고 늘 피로감을 한가득 안고 있는 몸이라면. 과연 감기보다 못한 취급을 하고 그 모든 과정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손톱만큼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그냥 아무 말도 보태지 않은 것이 갑상선암 당사자에게 더 큰 힘과 위로는 되지 못할지라도 더 얹히는 상처의 무게는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예후가 좋더라도 소수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 대상자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갑상선 여포암은 유두암과 다르게 림프가 아닌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는 암이었다. 특히 폐와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미 뼈에 종양이 있는 상태였기에 더 취약했다. 하지만 내가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2019년에 읽었던 책 덕분이었다.


다음은 당시 책을 읽은 후 적어두었던 독서기록이다.


[2019. 1. 29-006. 항암 치료란 무엇인가 ]

.

나는 앓고 있는 증후군으로 인해 전신에 거쳐 다양하고 많은 종양들이 생긴다.

때로는 양성 종양, 때로는 양성과 악성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계성 종양이 생긴다.

매년 조직 검사를 받고 있으며 매번 악성 종양이 의심된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는다.

10대에서부터 20대 초반까지 종양으로 인해 이미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술을 받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을까 하고 원망 아닌 원망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태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선천적인 염색체 이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일반 사람과 같을 수 없고 종양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건강에 신경 쓰고 올바른 지식을 쌓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악성종양은 현대인들의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4~5명의 1명꼴로 발생하는 어찌 보면 흔한 병이 되지 않았는가.

또 그만큼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연구와 치료법도 활발히 새롭게 갱신되고 있다.

물론 암의 진행이 광범위하게 펴졌거나 빠르면 예후는 좋지 못하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암에 걸렸다고 해서 예전과 같이 사형선고받은 것처럼 암은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암이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지만 이미 암에 걸리게 되었다면 슬퍼하거나 우울해할 시간에 적극적으로 빨리 치료법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두려움으로 시작했다. 악성종양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불안하고 초조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편해졌다.

암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은 아니더라도 백전불태는 될 수 있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훗날 혹여 암에 걸리게 되더라도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에 빠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것이다.

항암 치료가 힘들다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료하길래 힘든지 몰랐었다.

그래서 궁금했던 게 많았는데 책을 읽음으로 인해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다.

암의 종류, 병기, 환자의 체력 상태에 따라 처방되는 치료법은 무수히 다양하며 그만큼 부작용도 따를 수 있고 내성도 잘 생긴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를 권하는 것은 부작용이 무서워 치료를 망설이고 받지 않는 것보다 치료를 하고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

항암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져 심리적으로 많이 심란해지겠지만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6개월 뒤에 다시 난다는 점, 암 4기와 말기는 엄연히 다르므로 암 4기라고 해서 당장 죽음이 코앞에 있는 시한부가 아니라는 것, 경우에 따라 2기, 3기임에도 불구하고 발생 부위와 재발 가능성 등에 따라 4기보다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점 등. 잘못된 인식이 많이 개선되는 것을 느꼈다.

또 운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도 절실히 깨달았다. 항암 치료를 하게 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활동이 빠른 일반세포도 암세포로 착각하여 치료제가 억제를 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버틸 체력이 중요하다는 점. 그러므로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맞서 싸울 힘이 있다.

요즘에는 정상세포에 피해를 주지 않고 암세포만 치료할 수 있는 표적치료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참 좋은 일이긴 한데 욕심을 부려본다면 비교적 발생 빈도가 높은 암과 더불어 희귀 암의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비록 빈도가 낮아 연구를 하더라도 얻는 이익은 적겠지만 희귀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현재 암 투병 중인 환자나 그의 가족, 또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마음과 굳은 의지를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병원 업무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생각하며 짬짬이 책을 쓴 저자에게 참 감사하다.

책 내용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예를 잘 들어놨다. 하지만 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만큼 갱신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암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는 최신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무섭기도 했지만 어떤 병들이 와도 씩씩하게 버텨보자는 의지가 강해졌다.

물론 나의 소원은 이제 더 이상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훗날 혹여 암에 걸리게 되더라도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에 빠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것이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해준 이 굳건한 의지의 말로 현재를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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