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러닝, 나를 다시 켜는 시간

감정의 찌꺼기를 버리고 들어온다.


밤 9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하루 종일 쌓인 일과 말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 채였다. 아이와 부딪힌 대화의 조각, 업무에서 남은 찌꺼기, 말로 다 풀지 못한 속마음까지… 가로등 불빛 사이로 뛰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게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처음엔 다리가 무겁지만,

호흡이 리듬을 찾을 때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비워진다.

러닝은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를 즉시 해결해주진 않는다.

대신 아이에게 쏟아질 뻔한 내 힘듦을, 다른 길로 흘려보내게 한다.



사춘기 엄마에게 저녁 러닝이 좋은 이유


1. 감정 소모의 배터리 충전

하루를 버티느라 닳아버린 마음의 배터리가, 뛰고 나면 다시 채워진다.

덕분에 아이에게 더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2. 힘듦을 안전하게 해소

참았다가 결국 아이에게 터뜨리는 대신, 땀과 함께 바닥에 흘려보낸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가벼워진다.


3. 하루를 정리하는 나만의 의식

밤 러닝은 하루를 끝내는 의식 같다.

뛰고, 씻은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엔 이미 마음이 새로워져 있다.


4. 관계에 숨 고르기

몸을 움직이며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아이와의 대화에도 한 박자 늦출 여유를 준다.




러닝을 시작하고 배운 건,

힘든 하루를 그냥 품고 자는 대신,

뛰며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거였다.


입추가 지나 밤바람이 한층 시원해졌다.

달리는 내 어깨를 스치는 바람 속에서,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 불빛이 조금 더 따뜻해 보인다.

그 마음으로 아이 방 문 앞에 서면, 오늘 하루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덜 예민한 사람이 된다.



"달리기가 내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문제를 마주할 나를 다시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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