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 마라톤에서 살아남는 법
얼마 전 강의 쉬는 시간, 두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붙잡고 있던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첫 번째 엄마가 말했다.
“우리 딸, 대학교 3학년인데 사춘기가 아직 안 끝났어요.”
나는 경악하며 외쳤다.
“……네???” (내 안의 모든 희망 회로가 정지되는 순간)
나는 지금 중2 딸을 키우고 있다. 아직도 산 중턱에서 오르내리며 버티는 중이다. 언젠가는 끝이 있을 거라 믿으며 올라가고 있는데, 대학 시절까지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발밑이 푹 꺼져버린 기분이었다. 끝이 있는 길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전혀 다른 무게였다.
두 번째 엄마의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아들이 얼마나 상냥한지, 책 속 주인공 같다는 것이다.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는 이야기에 나도 웃으며 말했다.
“로또 사지 마세요. 이미 당첨되셨어요!ㅎㅎㅎ”
며칠 뒤 또 다른 강의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만났다.
그 순간, 나는 무림에서 고수들을 만나 수련하는
초보 무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겨우 하나 키우면서도 이 난리인데, 세 명이라니...
누군가는 “하나라서 더 힘든 거예요”라고 위로하지만,
사실 나는 비교하지 않기 위해 하나만 낳았다.
아이를 위한 배려라고 포장했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이제야 인정한다.
외동인 내 아이는 늘 주목받기를 원한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도 “트렌드에 무척 민감해요.
지금이 그런거에 관심이 생길 나이죠. 다만 가진 능력만큼
노력을 좀 더 하면 좋을텐데 이번 상담할 때는 열심히 해보겠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주셨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다.
“OO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곧바로 따졌다.
“엄마, 선생님한테 얘기했어? OO???”
나는 아니라고 잡아떼었지만, 이미 다 들켰을지도 모른다.^^
엄마 역할도, 사춘기 딸 역할도 우리 둘에게는 처음이다.
때론 몰입해 진지하게 주고받다가도, 때론 무심히 흘려보낸다.
연기가 어색할 때도 있고, 대사가 틀릴 때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시간을 함께 웃으며 추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이에게 관대한 관객이 되어주자.
완벽한 연기를 요구하지 말고, 그저 함께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보내면서...
라고 다짐하지만 내 다짐도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
이런걸 보면 아이에게 뭐라할 게 하나도 없다. ㅎㅎ
끝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어쩌면 답은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지 모른다.
여러분의 사춘기는 언제 끝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