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의 세계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려 애쓰는 일은,
그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리는 일과 같다.
요즘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글을 쓰는 일도 한동안 놓고 있었다.
다시 글을 쓰려니 마음 한켠이 낯설고 복잡하다.
그동안 쌓인 일도 많았지만, 요즘 내 생각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중학생 딸아이와의 거리감이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아이돌이나 가수 같은 연예인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보기에 좋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사람은 다르다고 늘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엔 엔하이픈이라는 아이돌 그룹에 푹 빠진 딸이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힐링이라며 웃는 아이를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사춘기를 겪던 시절에도 아이돌에 심취한 친구들이 있었다.
편지를 쓰고, 종이학을 접고, 앨범을 사며 “꺅~~~” 하고 소리를 지르던 그 시절의 아이들 말이다.
어느 날 친구가 책받침처럼 된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 남자친구야, 잘생겼지?”
그때의 나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관심이 없었다.
“근데 사진을 코팅까지 한 거야? 일반인 같지 않은데?”
“요즘은 이렇게도 만들어줘.”
“그래?”
이게 대화의 전부였다. 싱겁게도 나는 그렇게 속아 넘어갔고, 친구들은 웃음바다가 됐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며 놀랐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에 굳이 관심을 두지 않는 내 성향상,
그저 '그걸 속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젠 내 딸이 누군가의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다.
여러 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룹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아 아이의 유튜브 검색 기록을 뒤져가며 이름을 알아냈다.
관심이 생겨서가 아니라, 아이와의 대화를 잇기 위해서였다.
‘다 한때일 텐데…’ 하면서도 그 비효율적인 일에 시간, 돈, 그리고 에너지를 쏟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요즘 아이들은 외로워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존중’이라는 말 대신, 그저 '인정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아이와의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 때문에 서로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그 문 앞에 조용히 서 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모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