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일상 속에서도 배움은 계속되고 있다.
요즘은 아이와 잠정적인 휴전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마음이 조금 유해지고 보니
아이와의 관계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감정은 조금 덜어낸 채 아이를 대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여유가 생겼다.
‘많이는 아니고, 정말 살짝’이라는 점은
굳이 강조해두고 싶다. ^^
이 여유 덕분이었을까.
아이에게 의견을 묻게 되었고,
아이는 방을 나와 같이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아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
물론 여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엔하이픈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춘기 아이가 엄마와 대화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온통 그 아이돌로 가득 차 있다.
언제쯤 아이돌을 내려놓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즐거움이 언젠가는
한때의 추억으로 잘 정리되길
부모의 입장에서는 은근히 기대해본다.
너무 현실적이고,
삶이 메마른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아이에게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요즘 유행하는 것에
함께 웃고 열광해줄 부모를
아이는 어쩌면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함께 입덕하는 부모들도 있다니,
그 말이 괜히 이해가 된다.
아이는 공부보다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많다.
“공부 빼고는 다 재미있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그건 부모도, 아이도 더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그나마 다행인 걸까.
물론 이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시간들 속에서
나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아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엄마 같다.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하려는 태도만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