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는 선물

불안했던 엄마가 찾은 감사

아이를 가지고 몇 개월이 지나 쿼드 검사를 하게 되었다.

작은 산부인과에 마음 편히 다니던 나는, 그날 결과를 듣고 '잘못 들은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며 약간의 패닉 상태였다.

아이가 다운증후군 검사 점수가 높다며 그럴 수 있다는 소견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괜찮은 척, 의연한 척했다.


사실... 이미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고, 양수 검사도 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을 힘들어하며 헤매던 남편은 결국 "그래도 검사는 해보고 싶다"며 겁나는 마음을 내비쳤다.

남편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남편 친구에게서 소개받은 유명한 고위험 산모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다행히도 그 교수님은 환자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셨다. "이 분이라면 믿고 양수 검사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사를 했고, 다행히 쿼드 검사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아이는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혹시나'에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이었구나...

그때는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된다는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태어나서 키우다 보니 그런 감사한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일본 드라마 '코우노도리'는 산부인과 병원의 이야기다.

건강하게 태어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마음이었던 적이 있었지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또 아프거나 힘든 아이가 태어나면 가슴이 무너질 것 같고 눈물이 났다.

난 내가 요즘 사춘기 관련 책들을 읽어서 마음이 바뀐 건가 했는데... 책도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이겠지만 이 드라마도 내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제때 사춘기를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올해인가 친오빠가 나에게 지금 내 아이의 상태는 "삐! 정상입니다."라며 웃으며 건넸던 말이 떠오른다.


올해 초 대학생 아이들과 며칠간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때 곧 중2가 되는 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가 버겁다면서... 그 중 몇몇 여학생들이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 중2병이 중2에 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세요?

그거 늦게 오면 진짜 답도 없어요! 저희도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 이젠 안 그래요."

곧 지나갈 거라고 나를 위로해주던 아이들이었다.


그래, 이제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기보다, 건강한 사춘기를 지나며 내면의 단단함을 이루기를 바란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어떤 목표로 자기 자리를 찾아갈지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물론 이것조차도 어쩌면 나의 또 다른 기대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이의 방식대로 독립하고, 성장하며 자기 길을 갈 거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부모님에게 받았던 그 기대들,

때로는 버겁고 힘들었지만 '부담스럽다' 말하지 못했던 그 기억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아이답지 못했던 내가 걸어온 길을, "엄마도 했는데 이젠 네 차례야"라며 떠밀고 싶지 않다.

근데... 이 마음이 부디 변하지 않기를. 작심 3일이면 어쩌지 하고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오늘도 아이가 편안한 하루를 마무리하길 바라며, 흔들리고 무너지는 나의 약한 마음을 또 다독인다.

그리고 그 마음을 품고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트에서 마주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