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Feb 13. 2017

그림자 좀 치워주세요.

디오게네스가 햇빛을 쬐면서 일광욕을 하고 있을 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찾아왔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한 후 또 무엇을 가장 바라시겠습니까?"

"아마도 온 세상을 모두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다음은 또 무엇을 가장 바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도 좀 쉬면서 즐겨야 하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 좀 쉬면서 즐기시지 않습니까?"


대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디오게네스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지"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그러시다면 제발 몸을 좀 비키셔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주시겠습니까?

해와 저 사이를 가리고 있는 폐하의 그림자 말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세계를 정복했고, 디오게네스는 자신의 마음을 정복했습니다.




오늘은 상관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라기 보단 일방적인 충고가 맞겠습니다.


'승진을 무조건 해야 한다. 남들 올라가는 걸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질 것이다. 

그러니 너도 무조건 공부를 해서 승진을 해라'


이러한 얘기를 2시간 정도 들었습니다.

아무 말하지 않았죠.


그 상관은 승진시험을 준비하느라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슬픈 아버지였고,

뒷바라지하는 아내에게는 승진을 해야 하는 남편이었으며

부모님에게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작 본인은 어떤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이 끝나면 혼자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하고, 쉬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 독서실을 갑니다.

유일한 취미는 하루에 한판 모바일 장기를 두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말합니다.

'어느 계급까지만 올라가고 나도 좀 쉬어야겠다'

정작 시험 합격의 맛을 들이고 올라갈수록 주변 사람들은 우러러보는 것을 느끼면

시험공부를 그만둘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무조건 시험공부를 해서 올라가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

내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

이것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면 결과는 디오니게스처럼 바라는 게 없어질 것입니다.


요즘 저 또한 욕심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멀쩡한 차를 바꾸고 싶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재테크 책을 탐독합니다.


그러는 사이 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샀던 책이나 고민들을 뒤로 잠시 미뤄뒀습니다.

저 또한 자신을 잊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살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자기 마음을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력을 다해서 지켜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상, 상상, 구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