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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속은 어려워도, 새벽에 만나 달리기는 할 수 있어

by 철봉조사러너
언제 시간 날 때, 술 한잔 하자!


안 한다. 누구나 의례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하지만 매번 약속한다. 물론 그 순간에는 당연히 진심을 담아서 할 거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정말 함께 해야만 하는 이유나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사실 이런 양치기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나중에 한 번 보자. 밥 한번, 술 한잔을 약속하지만 실제 하는 경우는 넉넉잡아도 10분의 1도 안된다. 아마 100분의 1도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하고는 싶은 마음은 진심이지만, 참 어렵다.


시간이 아예 없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 있지만, 정말 시간이 없다. 특히 아이가 어린 아빠는 솔직히 일을 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시간도 빠듯하다. 그래서 왕년에 술 좀 마시고 사람 좋아했던 부류도 가정이 생기면 다 거짓말쟁이가 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의 부모는 다 이렇게 되더라...


"요즘 잘 지내?, 바쁘지?"

"한 번 봐야 되는데, 아이가 어려서 애 보느라 어렵네..."

"나도 요새 달리기 한다 재미있더라!"


"그래? 그럼 새벽에 함께 달리기 어때?"


놀랍게도 초, 중, 고, 대를 다 같이 나온 친구이고 대학교 때 함께 술자리도 많이 했지만 안 본 지가 거의 10년 된 친구였다. 각자의 생활을 살아가느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 함께 달릴 시간은 만들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주 새벽 6시에 약속을 잡았다.


"오히려 나도 새벽이 편해, 가족들은 자고 있으니, 일찍만 일어나면 내 시간을 만들 수 있으니까!"


친구와 함께 10km를 뛰었다. 한 1년 정도는 달리기 경험이 있는 줄 알고, 달리면서 끌어줬는데, 실제 달리기 경력은 '한 달'이라고 한다. 그래도 정말 잘 뛰더라. (건강에 이상 없길...)


함께 즐겁게 달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차까지 마신 거의 뭐 '풀코스'를 해냈다. 혹시나 밤에 술을 마시는 모임이었으면 앉아서 먹기만 하고, 다음 날까지도 지장이 줬을지 모른다. 심지어 가족들의 눈총과 함께 그동안 힘들게 쌓은 마일리지를 깎아 먹는다면 그것만큼 큰 손실이 없다. 오늘의 건강한 시간은 더욱 나와 친구에게 좋은 영향과 기운을 준 만남이었다.



내가 잘 되려면 남을 유익하게 해야 한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이제는 작가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리는 전 개그맨이었던 고명환 작가가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와 이전의 책인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등의 여러 자신의 저서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준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바로 오랜 고전부터 내려오는 이타주의에 대한 성찰이다.


이쯤 되면 나는 고명환 마니아!


이타주의(利他主義, Altruism)는 이타주의와 이타심으로서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편적인 지혜이자 철학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우선시하고 증진시키는 태도나 행동이다. 데일 카네기부터 최근의 빌 게이츠까지 성공을 말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착한 마음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 나타나는 중요한 행동 원리이면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로라도 함께 달리려고 한다. 혼자서 빠르게 달리기도 하지만, 꼭 빨리만 달리려고 하지 않는다. 함께 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호흡과 발을 맞춰본다.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느낀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은 물론, 달리기로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거창할 수 있지만 공동체와 이타주의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확실한 건 최소한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빨리 달리는 재미, 사실 무더운 여름은 오래보다 빨리 가 더 건강에 낫다.


러너라면 술 한잔 하자는 약속은 못 지켜도, 새벽에 달리기를 하자는 약속은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

꼭 러너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아침에 일찍 가볍게 운동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새벽에 달리는 행위는 최소한 나와 우리, 그리고 가족까지도 건강하게 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약속을 자주 잡게 될 거 같다.


정말 달리기는 이타주의와 공동체도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녀석이다.

언제나 주말은 함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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