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 부부가 만났으니, 임신을 마라톤 완주 후로 하면 되겠네!
참고로 이번 글을 실제 나눴던 '29금'급의 토크를 기반하여 작성되었다. 이를 충분히 염두하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우리 달리기 크루의 막내가 결혼을 하여 청첩장을 받을 겸 오랜만에 모두 모여 저녁식사 모임을 하게 되었다. 30대 초반인 우리 막내 러너의 예비 아내도 함께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심지어 마라톤 풀코스 대회도 함께 나갈 정도로 달리기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커플이다. 우리는 매우 부럽고 바람직한 결혼을 함에 있어서 모두 격하게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자리가 점차 무르익어 갈 때쯤, 결혼 커플의 자녀 계획도 물어보게 되었다. 그때 우리 크루의 부단장 형님께서 예비부부의 임신 계획에 있어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서로 마라톤 대회 완주 후 베이비를 계획하면 너무 좋겠네!"
역시,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신 '이공계 개발자 부단장' 형님 다운 제안이셨다. 개인적으로 역시 형님의 연륜을 따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요 정말 그러면 너무 좋겠네요!’
결혼 당사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호응하며 기뻐할 때, 우리 크루의 단장 큰 형님께서... 엄중하게 말씀하셨다.
"그건, 아니야!"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나면 체네에 쌓인 스트레스와 젖산이라는 몸에 좋지 않은 물질들이 엄청나게 발산되기 때문에 전혀 아기에게 유익하지 않아."
즉, 러너 부모의 좋지 않은 신체 상태에서의 결합은 오히려 호르몬이나 유전적으로 태아로 자라날 아기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세월의 연륜을 토대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신 문과 단장님'께서는 이처럼 애정 어린 진심을 담아 조목조목 성찰의 근거를 대며 반대하셨다.
'음... 이 말씀도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인 듯싶다.'
그러나 이야기를 꺼내신 이공계 부단장 형님 다시 반박하셨다.
"아니에요, 어차피 다 체내의 유전자들은 진작에 다 '프로듀스(produce)'되었기 때문에 마라톤 당일의 문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오히려 마라톤을 완주하고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는 더욱 긍정적인 요인이 될 거라는 주장이었다. 다시 듣고 보니 또 일리가 있다...(사실 난 귀가 얇다) 이처럼 양측의 말이 다 일리가 있는지라, Chat GPT에게 확인한 후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과학적 상식으로서 '마라톤 직후 임신은 자라날 태아에게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AI 뺨 때릴 수준으로 단장 형님 말씀이 인공지능이 준 정보와 일치했다. 체네에 과한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만큼 과도한 달리기가 꼭 건강에 꼭 유익하지 않다는, '적당히 달리기'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꼭 과학적인 근거는 차치하고라도 '꼭 완주 직후'의 어떤 계획이 무조건 유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결국 인생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확률대로 되는 게 아닌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결국, 어떤 정해진 예측보다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라톤을 완주하고 기분과 에너지가 좋았던 적도 있었고, 나빴던 적도 있었다. 대략 반반이었던 거 같다. 뭐 당연히 못 뛰면 기분과 기운이 다운되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잘 뛰면 컨디션이 오히려 좋았음은 물론 하루 종일 몸에 활력까지 돌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적인 어떤 부분을 떠나서 정말 그 마라톤 레이스의 과정과 결과에 만족한다면 나는 '마라톤 베이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일은 꼭 예측한 대로 되지 않으니, 결국 부모와 아기의 행복과 부합한다면 어떤 결과도 좋지 않을까 한다.
세계적인 행복학자이자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는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결국 행복은 단순하며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러너들에게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닐까? 이 행복에 기반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긍정적인 호르몬과 유전자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건 일반화할 수 없는 '다분히 러너인 나의 입장'이라는 것을 밝힌다...
덧붙여서 과학적 근거는 우리 문과 단장님의 말씀이 맞았지만, 예비 신랑, 신부이자 미래의 부모에게 해주는 추천은 따로 있었다.
아기는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절제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었을 가장 좋은 시기인 '마라톤 대회 1~2주 전'에 맞춰서 계획하라는 것이었다. 좋은 마라톤 기록을 위해서 절주 하고, 좋은 거 먹고 훈련을 하며 가장 건강한 최적의 시기일 테니 말이다. 이 방안에 있어서 반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론은 아름답게 끝났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달리기와 연관 지으려고만 하는 우리 러너들...
어쨌든, 무엇보다도!
앞으로 행복할 러너 부부와 건강한 예비 아이를 열정적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