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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가 월 100킬로도 안 달리고 뭐 했어?

by 철봉조사러너
이번 달에 얼마나 달렸어?


"아, 별로 못 달렸어요... 월 100도 안 돼요..."


"아유 정말, 왜 이렇게 못 뛰었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무슨 이게 말도 안 되는 대화인지 싶겠지만, 실제 러닝 크루에서 자주 나누었던 대화였다. 나름 서로의 월 누적 기록을 확인하면서 점검하고 응원(?) 해 주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물론 이 행동 기준을 다른 러너들이나 크루들까지를 다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달리는 러너라면 그 수준을 대략 100킬로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월 100킬로는 일반인의 기준으로 정말 많아 보일 수 있다. 차량 내비게이션 상 서울시청에서 천안시청까지 대략 100킬로가 나온다. 이를 사람이 달린다고 했을 때는 월 4주 기준으로 주에 25킬로, 하루 약 3.4킬로를 달려야 하는 거리다. 매일 3킬로를 넘게 달리라니... 엄두가 안 날 듯하다. 칼로리로 따지면 평균 속도를 6분대로 달렸을 때 약 7천 칼로리다. 몸무게 7킬로를 빼는 거리인 거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본다면 정말 엄청난 거리이긴 하다. 하지만 소위 뛴다는 러너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최소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러너는 달리기 거리를 정말 무시무시하게 잡아먹는다. 휴식을 껴서 달린다고 해도 매일 가볍게 달리는 조깅으로 몸을 만들고 주에 하루씩은 정말 강하게 달리는 인터벌이나, 주말에는 15킬로 이상의 장거리를 달려준다. 그럼 주에 대략 70킬로 이상의 거리를 먹어주게 된다(하루에 10킬로 이상). 그럼 대략 월에 300킬로라는 거리를 채우게 된다. 이렇게 비교를 한다면 월 100은 정말 최소한의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몸상태나 도전 기록에 맞춰서 달림이 중요하다.


나도 그랬다. 달리기는 월 100킬로는 정말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100킬로를 못 달린 동료 러너들에게 더 힘 좀 내시라고 기운(?)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이 이렇게 되고 난 후에 100킬로를 못 달린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부상으로 완전히 멈추었던 나의 2024년의 달리기...


하지만 드디어 월 100킬로 도전할 정도의 몸상태가 되었다. 거의 1년 반만인 듯하다. 작년, 2024년 1월 이후 나의 러너로서의 최소 기준은 완전히 무너졌다. 매월 50킬로만 달리자는 생각으로 욕심 없이 기록을 늘려갔었다.


마침 5월은 31일까지 있는 날이다. 결과는 아슬아슬했다. 매일 3킬로씩 해보자고 생각해서 보름은 거의 매일 달려봤다. 그런데 나는 원래부터 매일 달리기가 몸에 맞지 않았었다... 몸은 피곤하고 부상 부위는 더욱 아프고, 이대로라면 월 100은 실패할 위기였다.


역시 나는 하루 뛰고 하루 쉬는 '하뛰하쉬'가 가장 몸에 잘 맞는 듯하다. 매일 달렸을 때는 3킬로 달리기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하루를 쉬어주니 5킬로 이상을 뛰어도 몸이 가벼웠다. 잠시 쉬어감은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게 해 준다는 인생의 진리를 알게 한다.


결국 월 100킬로를 달성했다. 여수로 가족 여행지에서 이룬 특별한 결과이다. 오랜만에 몸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돌면서 최상의 기분을 맞이했다. 기록 상 4.5킬로만 채워도 충분했는데, 1킬로 더 달려주고 말았다.


드디어, 월 100킬로 달성!
여행지에서 달성한 기록이라 더욱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러너는 월 100킬로를 달린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목표한 기록을 달리고 나니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남들의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다시 달리게 되었고,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런을 하고 달리기에 대해서 러너들과 이야기하고 글을 쓴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그 누구나가 다 자신을 '러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월 100킬로를 달리니 알게 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상황이 와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러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야 나는 다시 조거(Jogger)가 아니라 자신 있게 러너(Runner)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 나는 다시금 러너가 되었다.

난 10,000킬로를 넘게 달린 진짜 러너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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