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 사회복지 연구자로서 매거진의 의미와 목적
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주말에 첫째 아들이 괴상한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실험이라고 하면서... 물감을 이리 섞고 저리 섞고, 치우는 것은 내 몫이다... 둘째도 거든다.
"이제 그만할래? 다했지?" (나)
"아니야~ 아직 실험을 해야 돼!" (아들 1)
아 정말... 사실 우리 첫째 아들은 박사님을 좋아한다. "박사님 지구를 지키겠습니다." 아들의 최애 만화들인 다이노스터, 미니특공대 최근의 마카 앤 로니까지 공통적인 패턴을 분석(?) 해본 결과, 로봇, 공룡, 박사님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공룡과 로봇은 저 나이대 아이들은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박사님은 좀 의외다. 도대체 누구를 닮았을까? 누구긴 누구야!
어렸을 적에 나도 박사님을 좋아했다. 전문가스러운 그 이미지가 좋았고, 뭔가 박사님이 있어야지 주인공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꿈은 멀었고, 평균 이하인 나는 취업을 하기에도 아슬아슬한 수준이었다. 철이 든 이후에야 꼭 나는 박사님처럼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공에서 좋아했던 '사회복지조사론' 수업의 통계를 조금 더 파고들었다. 사실 석사를 갔던 이유도 논문을 쓰기 위해서였고, 결국 논문 졸업했다. 그리고 목표를 이룬 나는, 방향을 잃었다... 다시 일상에 젖어 나의 꿈은 다시 잊히고 멀어져 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아들이 박사를 다시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폐기 직전이었던 꿈이 재활용되기 시작했다...
매력적이어야지,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할 수 있다.
작년에 재직하고 있는 기관에서 2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내부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다.
1. ChatGPT를 활용한 지역주민 욕구조사 보고서 2024 철산종합사회복지관 트렌드 노트
https://brunch.co.kr/@2day1run1read/20
2. 계속 재활용하고 싶은(Recycle), ESG 리포트(Report)
https://brunch.co.kr/@2day1run1read/30
하나는 복지 욕구조사에 대한 것, 다른 하나는 복지 현장의 ESG에 대한 주제였다. 강제하는 사람이나, 시스템은 없었지만 순수한 나의 실험의 욕심 차원에서 만든 내부 보고서였다. 열심히 만들어서 열심히 뿌려댔다. 그러면서 두 보고서의 재미있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복지 욕구조사 보고서, '트렌드 노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다. 사실 바쁜데, 밀리고 밀려서 눈치가 보여 만든 보고서이다. 지금 보면 오탈자와 문맥, 논리의 허접함이 돋보이는(?) 졸저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배포 시 현장에서 의외의 반응이 있었다.
"너무 재미있다."
"순식간에 읽었다."
"자료를 따로 받았으면 한다."
"복지 욕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대략 요약하면 이런 느낌인데, 그 정도인가? 싶다가 다시 보면 기획이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다.
사회복지현장은 욕구를 강조한다. 아니 강요 수준이다. 그리고 영혼을 갈아서 보고서를 만들면 보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욕구조사는 현장의 기피업무이다. 또 하나는 요즘 출판에 있어 '트렌드'라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 복지현장은 '트렌드'가 없다. yes24, 교보문고 등 도서 검색 시 0이다. 반면에 종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어감도 별로인 '욕구'에 묻혀, 트렌드는 찾아볼 수도 없다. 정말 사회복지현장은 트렌드에 관심이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트렌드 노트'의 기획은 제대로 선방했다. 일단 트렌드로 시작하니 재미가 있었고, 문자를 읽지 않는 요즘 시대에 어필이 제대로 되어 현장의 전문가들이 참신하게 느꼈던 것 같다. 심지어 이런 지역의 트렌드의 정리는 기관 운영의 안팎으로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자체나 지역이 기관이 시정에 관심을 갖는다는 긍정적인 인식 + 복지관 재위탁 자료 준비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감히 평가하건대 신의 한 수였다. 이 부분은 따로 매거진의 내 후속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두 번째는 ESG 인식조사에 대한 것인데.. 놀랍게도 거의 '무플'에 가까운 반응이다. 요새 핫한 ESG를 주제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보고서임에도 예상 의외로 차가운 반응에 놀랐다. 첫 번째 트렌드 노트에 버프를 받아 사실 내 영혼을 간 보고서였고, 재미있는 글쓰기와 고차원의 통계분석, 가독성 있는 사진들을 담은 ESG 연구 보고서치고는 너무 잔잔했다...
첫 번째 트렌드 노트의 결과물과는 달리 이 ESG 리포트에 개인적인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지독한 무관심이다... 이유는 모른다.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하니... 아마 현장의 ESG에 대한 피로감 혹은 통계분석에 대한 지루함, 연구에 대한 무관심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다들 안 봤던 것이 아닐까 예상도 한다... 기관 내부적인 평가는 좋았는데, 정말이지 ESG를 보는 사회복지현장의 관점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더욱 깊어졌다. 무반응은 ESG 혹은 통계나 연구에 대한 저항 혹은 반발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결론적으로 일단 내가 지향해갈 바를, 매거진으로 엮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와 연구라니... 두 개의 재미없는(?) 것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다. 물론 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삼자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표현을 정확히 하겠다.
두 개의 '개구린' 것을 어떻게 '안 구리게' 등판시킬 수 있을까?
현실을 알기에 첫 시작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고민에 거의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복지는 이제 우리 일상의 지점이 되었다. 나라의 세금의 상당 부분이 복지예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복지를 보는 시각은 상당히 이중적이고 양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복지국가를 지향하지만, 아직까지는 복지가 잘 안 되어 있는 나라.
이만하면 굉장히 잘 살게 되고, 나라가 해주는 게 많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 있는 반면, 나라가 나에게 뭘 해준 게 있냐고 외치는 분들...
아이를 낳으면 월 100만 원 이상 수당을 턱턱 올려주지만, 쭉쭉 내려가는 출산율......
복지에 애정은 있으나 싸우기 좋아하시는 분들, 어느 누구에는 정치적(?)이라고 그냥 불편한 주제들.
복지에 대해 재미나, 흥미 있는 요소라고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일반대중.
심지어 그 재미없는 주제를 가지고 연구까지 한다는 나까지...(최소한 내 매거진은 망했다 싶다)
어쨌든 고민을 많이 했다. 뭐 아직까지 크게 돈들인 것은 없으니, 그냥 써보려고 한다. 내 시간만 아깝지 않으면 될 일이니...
(개인적으로 라임을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첫째는 지속적인 활용과 실용성이 필요하다. 가짜행정은 정말 이 사회의 문제이다.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공공 행정이 촘촘하다지만 허점이 없을 수는 없다. 나라에 돈이 없고 예산은 없다지만, 의외로 '많은' 분야들도 존재한다. 그럴 때 그것을 '정직하게' 고스란히 반납했을 때, 우리의 존재 이유를 위협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만든다. 쓸데없는 행정을... 열심히 영혼을 갈아서 만들게 하고, 캐비닛에 들어가는 보고서, 연구자료들을... 연구자들 혹은 현장 전문가들은 돈을 쓰고, 시간을 쓰고, 영혼을 쓴다. 가장 큰 문제는 영혼에 대한 지점이다. 우리의 업무가 진정성 있는 진심이 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떠난다. 그래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재활용해서 지속적으로 활용가능한 것이 첫 번째 생각 지점이었다.
둘째는 이러한 실용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매력적이지가 않다... 솔직히 얘기하자, 온정주의는 우리의 매력을 갉아먹었다. 기묘하게 우리는 줄타기를 한다. 복지의 인간에 대한 관심은 가장 큰 장점과 무기임에도, 전문적이어야 할 때는 인간을 위한 다는 명목으로 적당한 타협을, 사람에 대한 헌신은 전문성과 행정의 책임이라는 핑계 하에 필요시만에 차용을 한다. 거기에 더해 구리게 하고 다니는(?) 이미지의 사회복지사들은 스스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복지사가 사회적으로 봉사직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받는 그들 자신이나, 꿈을 꾸는 예비 사회복지사들이다. 완벽한 작품이지만 망작이라는 게 함정일 뿐이다. 뭐 나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것은 아니다. 반성을 하면서 매거진을 쓸 뿐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 쓰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매력적인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복지도, 그에 대한 연구도.
결론적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회에 유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지점으로서의 연구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 이 매거진의 목적이다.
아마도 바로 엄청난 변화는 어려울 것 같고, 계속적인 어쩌면 평생의 나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까지 생각이 든다. 심각한 것을 유독 싫어하는 나인데, 본캐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따로 학술지 투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브런치 내에서는 하드 하게 연구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닌 약간 느낌 가는 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게 써보려고 한다. 일상의 복지현장에 대한 주제도 정해놓은 것들이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 매력적인 시선
ESG와 사회복지 조직에 대한 연구
업무성과들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정책 제안
그 외 다양한 복지 현장의 기타 등 등의 이야기들
https://brunch.co.kr/@2day1run1read/11
https://brunch.co.kr/@2day1run1read/14
브런치를 만든 초기 목적은 사실 사회복지 연구를 쓰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내 성격상 다른 것에 유독 관심이 많아 본캐가 잘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많은 매거진의 글이 남겨졌으면 한다. 구독해 주시는 작가님들께서 혹시 이 분야에 관심이 없으시면 그냥 스킵해 주시면 된다.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그 무반응 또한 감사하련다.
일단 이 시작은 '쓸모 있고, 매력적이었을지?'부터를 조심스럽게 고민한다. 쓰다 보니 참 매력 없게 길어진 건 반성한다...
우리 아들과 나의 평행이론에서 시작한 꿈의 재활용.
우선은 나부터 시작이다. 나의 잊혔던 꿈의 재해석, 재시작의 차원이다.
이를 통해 우리 아들들에게도 꿈의 생산이 될 수 있게 밑바탕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복지현장과 일반 시민들이 사회복지를 보는 인식에 있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아들에게 어떤 식이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박사님 같이 지구를 지키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