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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May 31. 2024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알게 된 인생의 변화

인생은 춤이라기보다는 레슬링에 가깝다

내게 달리기를 못하게 한다면, 나는 같이 살지 않을 거야!


와이프한테 선언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참 패기(?)가 넘쳤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5개월을 달리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내 삶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아주 훌륭히 잘 적응하고 있다. 간혹 달리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립지도 않게 되었다. 아직 내 마음이 차갑다까지의 수준은 아니어도 상당히 미지근해진 듯하다. 


 월 최소 150km ~ 최대 300km까지 달리기를 했던 사람이 하지 않으면(0km), 일상에서 매우 큰 변화가 생긴다. 놀라운 사실은 이게 꼭 나쁜 것인가? 싶을 정도의 지점들도 보인다. 신체 및 정신적인 긍정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식욕, 기분, 인간관계 등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이전과는 다른 차이가 발생한다.   


 첫째는 식욕이 줄어든다. 달리기 후에 먹는 음식은 정말 꿀 맛이다. 폭식은 물론, 기초 대사량이 커서 밤늦게 야식을 꼭 챙겨 먹었는데, 먹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그다지 음식이 맛있지 않다.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소식으로 인해 당이 줄어든다. 술도 안 당긴다.


 둘째는 텐션이 줄어든다. 달리기 외 유산소 운동을 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우울증을 예방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달린 후의 상쾌함은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 놀라운 건 그럼으로써 사람이 굉장히 차분해지고 사색과 독서에 집중하게 된다. 


 셋째는 인간관계의 변화가 생긴다. 달리기로 얻은 신체적 정신적 자신감은 중요한 운동의 효과이다. 하지만 신체가 부자연스러워짐에 따라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적극성이 떨어지게 된다. 추가적으로 러닝 크루 등에 나가지 않게 됨에 따라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진다. 그리고 가정의 불화도 감소한다. 


 오히려 달리기로 요즘 남는 시간을 독서와 육아, 논문 연구 등으로 일상을 다채롭게 채우고 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너무 말라서 사람들이 '없어'보인 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살도 아무리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 72kg이 그렇게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73~74kg을 왔다 갔다 한다. 꿈이 크게 이루어졌다.


늘어가는 독서량과 체중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의 문구가 생각난다.

"인생은 춤이라기보다 레슬링에 가깝다."

어떤 불시의 공격이 와도 꿋꿋이 버티고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온 불시의 변화를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또 하나의 차이는, 러너일 때는 그렇게 발 사진을 찍어댔는데 이제는 철봉을 하기 위해 을 찍는다. 나의 하체는 무너졌지만, 상체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육신에 굴복하지 말라." 

"육체가 쓰러지지 않았는데 영혼이 먼저 굴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명상록, 6장> 


왼쪽은 달리기, 오른쪽은 철봉에 주력할 때


몰랐는데 나는 정말 훌륭한 레슬링 선수이다. 


떡대 어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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