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앉아서 책을 읽었다(프롤로그)
기대만큼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우리 러닝크루의 새벽 달리기를 나갔다. 정확히는 달리기 장소에만 나갔다. 맛있는 새벽공기, 기분 좋은 바람의 촉감, 충분히 책을 읽을 만큼 밝은 5월의 새벽 5시 반의 그곳. 붉고, 파란 트랙과 푸른 나무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나의 홈그라운드를 오랜만에 마주하였다.
크루 형, 누나와 가볍게 인사하고 "함께 달리자!"는 권유에 답하지 않은 채로 트랙 공원 벤치에 앉았다. 가지고 온 책을 읽다가, 트랙을 4바퀴 정도 걸었다. 좋아하는 철봉을 하고, 어르신들의 공원 자전거를 탄 후에 다시 벤치로 왔다. 열기를 더해 인터벌을 하는 우리 멤버들, 체조를 하며 러닝을 준비하는 다른 크루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앉아서 책을 읽었다.
4일을 연속으로 안 뛴 적도 거의 없었는데, 4달을 안 뛰다니... 요새 제대로 내 인생에 있어 달리기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14년을 그렇게 열심히 달렸건만, 사실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땀도, 호흡도, 바람도.
이제는 달리기가 없어도 살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