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봉조사 이상은 Jun 05. 2024

퇴근 후 붉은 신발의 정체

나의 달리기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퇴근 후에 집에 왔을 때, 신발 정리가 안되어 있다는 사실이 미묘하게 느껴졌다. 


이 신발이 왜 나와있지?


'나이키 알파플라이 2 토탈 오렌지'


 나이키의 대회용 러닝화이다. 러너들에게 비슷한 급의 베이퍼와 양대산맥이라고 할 정도의 인기모델이며, 사악한 가격(?)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이런 레이싱용 신발은 초심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스피드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각종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이 알파 2는 물집으로 유발로 유명한 신발이다. 발이 제대로 적응을 못한다면 지옥을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신발은 나의 최애 러닝화였다. 최근 2년간 중요한 훈련과 대회 때만 신으며 나의 러닝 역사를 함께 해 왔다. 러닝화의 교체 마일리지라고 할 수 있는 600km에 근접했지만, 아주 생생했다. 하지만 최근 달릴 수가 없기에 6개월 정도 전혀 신지 않고 신발장에 처박아 뒀었다. 그런데 퇴근 때마다 밖에 꺼내져 있던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신발을 정리하다가 주말에 외출을 준비할 때 원인을 알았다. 


 신발 색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둘째 녀석이 눈에 띄어서인가 신발 장난을 치다가 매번 꺼내놨던 것이다. 알게 된 그날은 하필 또 신발을 가지런히 놨었다. 마치 내가 신으라는 듯이, 아니 잘 신고 달려왔다는 듯이... 그 순간 달리기에 미지근해졌던 나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코가 시큼해지면서 눈동자도 열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여운이 계속 남는 주말을 보냈다.


통증은 대부분 신체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인 존 사노의 도서 <통증혁명>에 주제이다.  뭔 사이비 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통증을 비롯한 긴장성근육통증증후군 Tension Myositis Syndrome이라는 일명 TMS는 주로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사노 박사의 조사에 의하면 특별한 사건으로 인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40%도 되지 않고 나머지 60%는 특별한 사건 없이 발생하는 통증이라는 것이다. 신체의 구조적 문제에 의한 통증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정서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환자가 자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고 신체보다는 마음을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병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신체의 구조만을 고려한 치료를 더 열등한 치료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최근 몸이 좋아졌다. 신기하게도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나서 더 몸이 좋아졌다. 잠시 치료를 쉬어야지 했던 시기에 평소 도움을 주시는 선배님이 이 책을 사서 보내주셨고, 읽고 나서 효과를 보고 있다. 아직 달리기는 무리지만, 일상생활에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 포기했던 마음이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번주부터는 드디어 아침마다 약 3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출근할 정도로 회복하면서, 마음속으로 나의 병은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되새기고 있다. 


 '얼마나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았니?'

 '평소의 생활도 힘든데, 달리기도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쩐다니'

 '이건 그냥 TMS라고 불리는 증상이지, 내 신체가 잘못된 게 아니야'

 '이제 마음이나 욕심을 내려놓고 아프지 말거라 다리야'


그렇게 믿고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정말 이런 정서적인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트레스 관리와 플라시보 효과가 인생에서 이렇게나 중요하구나를 깨달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제 아침에도 너무 덥다는 것...


 무엇보다도 책을 선물해 주신 선배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제 나을 거라고 응원해 주는 듯한 아이의 신발 환영에 미소 짓는다. 다시 이 붉은 신발을 신고 달릴 날을 꿈꿔본다. 물론 그때는 나의 러닝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좋은 기록(Record)을 위한 달리기는 지났다.
이제 곧, 행복한 기록(Write)을 위한 달리기가 올 것이다.

기다려라!


이전 02화 달리기를 하지 않아서 알게 된 인생의 변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