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저는 '춘천'하면 가장 생각나는
'춘천 마라톤'을 꼭 완주하고 싶은 로망이 있습니다.
명절 연휴 전날 강의가 있어서 일찍부터 서둘러서 춘천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청중들에게 호감을 담아 이처럼 인사를 건넸다.
사실 춘천마라톤은 코로나19 시절 비대면으로나마 완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러너들이 가장 좋은 대회운영과 코스라고 평가하는 '춘천마라톤'을 직접 대회장에 나가 참가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로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오전에 강의를 마치고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 부모님이 소개해 준 '좋은'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계속된 권유를 거부하기 어려웠다. 명절 전에 좋은 선물은 못 드려도 말이라도 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치료를 중단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는데... 나에게 아직,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도 있었나?
이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원장님께 내 증상을 설명드렸더니, 대번에 답변하신 말씀이다. (명의시다...)
"병의 치료는 일반적인 병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의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증상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개인적으로 분류한 바로는 이것은 그 일반적인 치료의 밖에 있습니다"
"평생 이렇게 관리하며 살아야 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서 대응하셔야 합니다"
"아마 무리하게 치료를 하려고 하신다면, 대체로 주사 치료를 권할 텐데, 크게 차도가 있지 않을 겁니다"
내가 물었다. "정말 달리기가 원인일까요?"
"답은 정해져 있는 거죠"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해 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2~3년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나도 알고 있었다. 14년을 달려오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예감했다.
올해 연초부터 시작해서 아픈 기간이 길어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나는 의학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쓸데없는 '희망고문' 없이, 진솔하게 진료해 주신 원장 선생님을 뵙고 나니 어느 정도 나의 '불신'이 풀리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오늘 '마지막이 될' 병원 방문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새삼스러운 원망이나 후회는 없다.
이제는 정말 수용하면 될 일이다.
달리기 없이 행복해져야 하는 앞으로의 나의 삶을...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나의 달리기 14년, 드디어 완주했다.
그날들의 뜨거운 공기와, 내 귀에서 떠나지 않는 함성들, 잊지 못할 희열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해주고 싶다.
그 동안 달리느라 수고했어, 결승선 도착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