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소나기 같은 글들
(내맘대로 문학기행)
- 한여름 소나기 같은 글들
저번 26번째 공상과학 SF 편 글을 쓰면서 단편소설 분야를 잠깐 언급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국내 작가님들의 최근 SF 소설 ‘너의 유토피아’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설이라는 장르 중에서도 단편소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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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영속"이라는 작품입니다.
달리는 환각적인 초현실주의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살다 보면 그때는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이해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알 수 있는 한계가 요만큼 이었다면 요만큼으로 보는 거고, 시간이 흘러 삶의 경험이 쌓인 뒤에 보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는 거겠죠. 그런 의미로 저는 이 그림을 보게 됩니다.
늘어진 시계들, 시간들,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 나는 그 안에 갇혀있거나, 다시 또 깨어나거나,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나는 그 시간 속에 있는 건가? 그 시간이란 건 도대체 있기나 하는 건가? 의문이 꼬리를 몰고 옵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그때는 안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보이는 게 있습니다.
나의 경험과 삶의 깊이가 달라진 탓일 겁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고정이 아닌 변화를 겪는 사람은 더 어렵습니다. 저에게만 시간이 흐른 게 아니라 대상이 되는 상대방에게도 시간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용의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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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다가 소개 들어가겠습니다. 위대한 게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벤자민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거꾸로 흘러 젊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상상을 소설로 만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늘 꿈꾸는 젊어지는 게 사실로 이루어졌을 때 과연 행복할까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줍니다. 자신은 젊어져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은 늙어가고 죽는 고통을 감당해야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거슬러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잘 나이 들어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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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 달리 단편소설은 스틸 컷 사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장편을 긴 영화라고 한다면 단편은 삶 속에서 찍게 되는 몇 장면의 사진과 같다고나 할까요..
단편소설은 하나의 에피소드, 단순한 스토리 구조로 분량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면서 사진 한컷이 우리 생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단편 같은 어느 하루이기도 한 주말 영산강변 사진입니다.)
가장 유명한 우리나라 단편으로는 황순원의 ‘소나기", 외국소설로는 "마지막잎새"를 떠올리게 됩니다.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서 읽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식물 중에서도 담쟁이 종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반 담쟁이 나무며 능소화, 인동초, 등나무, 포도나무 같은 덩굴식물들을 심기도 하고 가꾸기도 합니다.
담쟁이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작가들은 대부분 단편부터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호흡을 짧게 가져가면서 글쓰기 능력을 키워가는 거겠죠.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의 작가 오헨리는 짧은 글 안에서 반전을 배치해서 감동을 줍니다.
그의 단편들이 소시민의 삶에서 '희망'을 주제로 다루었다면,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의 단편소설은 현실적 삶에서 '냉소'와 '허무'를 주제로 다룹니다.
그들에 비교해 보면 미국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의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하되 리얼리즘에 충실한 작가입니다.
하루키가 가장 존경한다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하루키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다.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
그의 대표 소설은 "대성당"이라는 소설집으로 김연수 작가 번역본이 몇 년 전에 나왔습니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희망도 냉소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잔인하리만치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 단편 소설들입니다. 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독자가 판단할 몫이 많아지는 책이 좋습니다. 그건 소설에서든 현실에서든 어떤 사건 하나에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일상에서 별것 아니지만 그것으로 위안이 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또는 극적으로 연출해 내는 단편소설들.
그게 반전으로 나타나든, 냉소이든, 허무이든, 리얼이든 소설은 우리 삶을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마가 아닌 소나기가 잠시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듯이,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이 우리의 영혼과 감성을 축축이 적셔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