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벚꽃은 봄을 향유하고
가지 끝마다 소곤소곤,
사랑을 익히는 말들로 매달려
햇살 아래 웃고 있다.
흩날리는 꽃잎 하나
바람을 타고 떠난 이의 이름을 새기며,
그대의 뒷모습처럼
자꾸만 아련해지는 계절,
내 마음도 조용히 익어간다.
지나는 이에게는
고운 말 한마디 건네고,
머문 이에게는
흰 그리움을 묻혀 보내는 벚꽃은,
언제나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욕심쟁이.
시는 꽃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보다 긴 침묵으로
그대의 귀환을 기다린다.
나는 아직도
너를 품기엔
가슴이 벅차고,
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