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풀벌레의 숨결이 저녁 공기 속에 스며들면
개구리들의 합창은 어둠의 결을 따라 흐르고
호수 위 튀어 오른 이름 모를 고기 한 마리,
별빛을 부딪치며 밤의 악보를 잠시 그린다
서쪽 하늘로 숨어든 해,
그 자리를 이어받은 달은
혼자서 춤추듯, 물결 위에 발끝을 얹는다
멀리서 깜빡이는 불빛 하나,
고요히 자신을 드러내며 말없이 안부를 건넨다
음과 양이 마주하는 경계,
그 어디쯤에서
연결의 미소는 빛도 소리도 없이
밤의 숨을 밝혀간다
어제의 그림자처럼,
내일의 기척처럼
그 미소는
흘러가고, 이어지고,
조용히 이 자리에 머문다
<글쓴이의 말>
어느 여름밤, 고요히 흐르는 자연의 숨결 속에서 문득 ‘연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풀벌레 소리, 물 위를 튀는 고기, 별빛,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 하나, 이 모든 것이 따로이면서도 조용히 서로를 감싸며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는 그런 밤의 인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세계는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어딘가의 존재와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그 경이로움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도 소리도 없이 마음을 건네는 ‘연결의 미소’ 그 미묘하고도 깊은 울림이 이 시를 읽는 이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