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 오래되고, 사랑만큼 새로운 단어가 또 있을까.
수천 년 동안 무수한 시인들이 노래했고, 화가들이 그려냈으며, 작곡가들이 선율로 담아낸 그 단어. 사랑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낡지 않은 채로, 빛바랜 적 없이, 언제나 처음처럼 우리를 떨리게 한다.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총에서 시작된 사랑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으로 이어지고, 연인의 설레는 눈빛 속에서 꽃 피우며, 이른 아침 창가에 스미는 햇살 속에서도 숨 쉰다.
사랑은 문학이 닿고자 하는 가장 깊은 곳이자, 미술이 그려내고 싶어 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며, 음악이 표현하려 애쓰는 가장 순수한 떨림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착각한다.
사랑을 마치 은행 통장에 넣어둘 수 있는 무언가처럼, 내일을 위해 아껴둘 수 있는 자산처럼 여긴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여유가 생기면", "좀 더 여건이 좋아지면"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마치 사랑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은행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사랑은 저금되지 않는다.
손에 쥘 수도, 서랍에 넣어둘 수도 없다. 사랑은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지지 않으면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리는 향기와 같다.
봄날 벚꽃이 피었다가 일주일 만에 지는 것처럼, 사랑도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은 사랑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마음속에 크게 품고 있어도, 전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긴 침묵일 뿐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더욱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랑은 미룰 수 없는 동사이며,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아이가 당신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친구가 당신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도, 연인이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 찰나도, 모두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바로 이 순간 사랑하라.
당신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을, 당신과 식탁을 마주한 가족을,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를, 당신이 스쳐 지나가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라.
"나중에"라는 단어로 사랑을 유예하지 말라. 내일 그 사람이 여전히 당신 곁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우리는 모두 언젠가 누군가의 "그때 좀 더 사랑할 걸"이라는 후회 속에 남겨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랑이 무분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진정한 사랑에는 절제가 있고, 존중이 있으며, 건강한 경계가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소유하려 들거나, 억압하거나, 상처 입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탈을 쓴 폭력이다.
진짜 사랑은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할 때, 그 사람이 그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할 때, 그 사람의 날개를 꺾지 않고 오히려 펼칠 수 있도록 도울 때 비로소 빛난다.
사랑은 강물처럼 흐른다. 바람처럼 스쳐간다. 계절처럼 순환한다.
그 흐름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그 순간 안에 온전히 머물러라.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그의 손을 잡고, 진심을 전하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누군가는 묻는다.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중요한가? “
사랑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랑할 때 우리는 연결되고, 치유되고, 성장한다. 사랑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숭고한 감정이다.
아니, 감정 이상이다. 사랑은 존재의 방식이다. 호흡이다. 삶 그 자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책 속에도, 영화 속에도, 노래 속에도, 연극 속에도, 그림 속에도 사랑은 끊임없이 이야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해서 사랑에 대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이 없는 배움이자, 끝없는 여정이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도 사랑 앞에서 늘 초보자일 뿐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사랑은 가장 강력하지만 가장 부드럽고, 가장 거대하지만 가장 섬세하다. 그리고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비범하게 빛난다.
아침에 건네는 "잘 잤어?"라는 인사 속에도, 저녁에 함께 나누는 식사 속에도, 무심히 쓰다듬는 머리카락 속에도, 퇴근길에 보내는 짧은 문자 속에도 사랑은 있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지극히 작고 소소한 순간들 속에 깃들어 있다.
그러니 기억하라.
사랑은 저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지금, 이 순간,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야 하는 선물이라는 것을.
오늘 하루도 당신 곁의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했는가. 아직 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전화를 들어라. 문자를 보내라. 아니면 그저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라. 말없이 안아줘도 좋다. "사랑해"라는 세 글자가 어렵다면, "고마워"라고 말해도 좋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하라. 지금, 바로 여기서.
내일이 아닌 오늘. 언젠가가 아닌 이 순간.
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그것이 우리가 후회 없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은 당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 때, 가장 먼저 찾아와 가장 길게 머무는 축복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만이 사랑으로 돌아오고,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면, 그 사랑은 당신에게 살아갈 이유가 된다.
저금할 수 없는 것, 손에 쥘 수 없는 것,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