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첼로가 아니다

바로크 첼리스트에게 듣는 첼로이야기

by 여자말러리안

오늘 저녁 바로크 첼리스트 이현정 연주자의 신보 기념, 첼리스트들의 바이블 <바흐 첼로 무반주 조곡> 미니 리사이틀이 있었다.


활이 짧고, 현은 거트현이에요.
소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줄입니다.


바로크 첼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첼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엔드핀도 없고, 악기는 다리 사이에 끼운 채 연주된다. 흥미롭게도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초연 당시에도, 첼로는 이런 형태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연주자는 도구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사시미를 썰 때는 사시미 칼이 편하지만, 야채를 다질 때는 오히려 더 어렵듯,

도구마다 가장 잘 작동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크 활은 짧고 가볍다. 그래서 짧은 음형, 말하듯 이어지는 표현에 훨씬 수월하다. 연주자는 이를 “스피치 같은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한 단계 더 발전한 현재의 활은 소리는 더 풍부해지며 길게 이어진 멜로디에 유리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구가 바뀌어서 음악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음악이 먼저 변했고,

그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활과 악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였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사회가 변했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결도 달라졌다. 그 변화된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이전의 도구로는 한계가 있었고, 클래식 음악에도 변화를 맞이한다. 공연장은 커지고, 악기가 변해간다.


엔드핀_나무위키

첼로의 엔드핀 역시 그런 변화의 결과다.

엔드핀이 없는 바로크 첼로는 옆판이 몸에 닿아 울림이 일부 막힌다. 자연히 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귀족들만 누리던 클래식 음악이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공연장과 공연기획에 활기를 띠게 되고, 사람들은 화려하고 더 큰 소리를 원하게 된다.

이런 사조에 힘입어 엔드핀이 등장한다. 하지만 연주자는 덧붙였다. 엔드핀을 쓰면 악기의 각도가 달라지고, 신체 사용 방식도 함께 바뀐다. 요즘 어떤 학생들이 하이힐을 신고 연주하는 이유도, 이 각도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체격 조건상 남성 연주자들이 바로크 첼로로 전환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책이나 이론이 아닌, 악기와 함께 살아가며 몸으로 축적된 이야기들이었다.

바흐 첼로 모음곡, 첼리스트들의 바이블

이제 바흐의 첼로 모음곡 이야기로 넘어갔다.

연주자는 바로크 음악을 “형식의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총 여섯 곡,

각 곡은 여섯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순서 또한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러니 6x6 총 36개의 조곡이 있는 셈이다. 연주자는 바흐가 유독 ‘6’이라는 숫자를 집요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짚었다. 첼로 모음곡 여섯 곡, 각 곡 여섯 악장. 바흐의 작품 전체를 통틀어도 이렇게 완결된 구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6번 모음곡과 피콜로 첼로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6번 모음곡에 관한 것이었다. 바흐는 이 곡을 네 줄이 아닌, 현이 하나 더 있는 오현 첼로, 즉 피콜로 첼로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악기는 소리가 크지 않다. 오히려 밝고, 가볍고, 찰랑거리는 음색에 가깝다고 연주자는 설명하며, 덧붙였다.

“만약 바흐가 정말로 웅장한 소리를 원했다면,

아마 이렇게 작곡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의 연주 악기를 둘러싼 해석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곡이 피콜로 첼로가 아니라 ‘비올라 다 스팔라(Viola da spalla)’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주자와 연구자들도 있다.


비올라 다 스팔라는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첼로 계열의 오현 악기로, 세워서 연주하는 첼로와는 전혀 다른 신체 감각과 음향을 전제로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6번 모음곡의 높은 음역과 활발한 움직임은 현대 첼로로 구현해 내기 힘든 특별히 어려운 곡이라기보다,

처음부터 다른 악기를 상정한 자연스러운 쓰임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로스트로포비치나 요요 마의 웅장한 연주에 익숙해져 왔기에 이러한 해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연주자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어쩌면 바흐의 음악은 ‘웅장하고 또 거룩하고, 나아가 장엄해야 한다’는 이미지 또한 그런 맥락 속에서 굳어졌을 것이다라며 연주자는 본인의 의견을 전했다.




직접 들은 바로크 첼로의 소리는

모던 첼로에 비해 음향이 작다 하지만 풍부한 배음과 따뜻하게 울려 퍼지며 채워지는 음향 덕분에, 그 소리가 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피콜로 첼로와 바로크 첼로의 음색은 모던 첼로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모던 첼로가 직선적으로 뻗어 나가는 소리라면, 이 악기들의 소리는 마치 공기의 결을 함께 품은 포용력 있고 포근함이 느껴진다. 거트현에 활이 닿으면서 거칠면서도, 공기를 머금은 듯 코팅된 질감이 있다. 웅장하고 명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던 첼로에 비해, 바로크 첼로는 소리가 끝난 이후의 여운을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악기이다. 그리고 그 여운들은 서로 얽히고 겹쳐지며, 소리로 빚어진 하나의 조형물이 되어 공간을 채운다. 모던첼로가 아닌 피콜로 첼로의 6번 모음곡이 자연스레 다시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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