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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Oct 23. 2024

<트렌드코리아 2025> 읽어내기
2. #아보하

그냥 편안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

(트렌드코리아 2025 -> 이하 트코25) 

2. #아보하 

Nothing Out of the Ordinary : Very Ordinary Day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
소확행의 변질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흐름이다.


보통의 하루가 중요해지는 이유


1. 소확행의 변질


트코25에서 제시한 '#아보하'는,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소확행의 의미에서 느낀 피로와 반발에서 나온 단어다. SNS에 빠진 일부 소비자가 소확행을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의 개념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렸고, 점차 '소소한 삶에 숨어있는 작은 행복'이었던 소확행의 뜻이 '약간 비싸지만 지불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누리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경쟁의 아이템이 되니 강박이 생기고,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에 대한 피로감이 가득해진 거다. 이런 모순에서 행복보다 무탈하고 안온한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게 됐다고.    


2. 생각보다 어려운 평범함


무탈하게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묻지마 사건들도 많이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선, 감히 안전을 확신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선 익명성에 숨은 언어 폭력이 난무한다. 평범한 삶에 대한 바람은 이와 같은 재난에서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평범함 일상에 대한 갈망이 많아졌다는 분석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콘텐츠 영역에서도 '일상'이 환영받는 추세라는 부분이었다. 은은한 미소를 감돌게 했던 콘텐츠 <인생 녹음 중>을 예시로 들어 반가웠다.   

출처 - 유튜브 '인생 녹음 중'

현재 123만명의 구독자가 생긴 이 채널은 동영상이 아직 39개 정도다. 단지 부부가 대화하는 일상이 녹음된 내용을 보여주는 건데도 많은 사람이 모일만큼 흡입력이 대단하다. (사실 글을 쓰려고 확인했다가 생각보다 많은 구독자 수에 상당히 놀랐다. 예전에는 10만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불과 몇 개월만에 이렇게 됐을 줄이야. 일상이 사람들에게 정말 주목받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물론 하찮은 귀여움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생동감을 더한다는 매력도 있지만 그래도 주제가 '일상'이니 적절한 예시였던 것 같다. 평범함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는 데 가장 납득이 가는 사례였다.


3. 과시보단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요즘 2030에게 사랑 받는 뜨개질 문화부터 안온한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하며 쓰는 일기까지. 트코25에서는 이 상황을 별일 없는 하루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남에게 하는 과시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요즘 종종 뜨개질 하는 지인들의 모습이 의아했는데, 이 분석을 보자 납득이 갔다. 뜨개를 완성해가며 하루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도 없겠다 싶었다. 


논쟁적 키워드 #아보하


아보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논쟁적 단어라고 한다. 

거창한 성취와 행복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현재의 일상에 감사할 수 있게 된다는 긍적적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이게 부모 세대가 보기에 열정과 포부를 잃어 가는 젊은 세대를 보는 것 같아 착잡함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아보하의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공감이 간다. 

나의 불안은 보통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목표를 가지고 성취를 바라며 살아갈 수 있지만, 너무 먼 미래의 과한 큰 꿈을 바라보면 현재와의 격차도 그만큼 크기 마련이다. 격차가 커지면 바라는 모습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격차에서 괴리가 생긴다. 그래서 #아보하는 긍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하루가 지난다고 아무런 성취도 없는 아니다. 결국 하루가 쌓여서 미래의 모습을 만드는 거니까.


출처 | 유튜브 채널 : 코스모스웩

열정적으로 성취에 몰입하는 사람도 보통의 구간이 있게 마련이다. 트코25에서는 이 구간을 '골디락스 환경'에 비유한다. 골디락스 환경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환경이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궤도를 골디락스 존이라고도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안온한 환경에서 지루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지루한 시절을 견디지 못한다면 더 나아가기 힘들 때가 반드시 온다. 지치는 시기에는 경유할 수 있는 골디락스 시기가 필요하다. 




2025년에는 #아보하의 정신을 생각하며 보통의 구간을 소중히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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