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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영 Mar 15. 2019

어쩌다 요가 1년

 요가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때부터 퇴근 후 주 3회씩 요가원에 다니고 있다. 정시 퇴근을 한다면야 이른 저녁 수업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날은 역시 드물다. 보통 8시 40분 수업을 듣거나 빠르면 7시 30분 수업을 듣는다. 야근을 하더라도 9시 50분에 마지막 수업을 들으려 노력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꼬박 일을 하고도 요가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놀라울 정도로 가볍다. 피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귀찮아 죽겠는데 간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즐거워서다. 물론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집에서 요가원이 5분 거리라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이건 뭐,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다니고 있는 요가원은 주 5회 수업을 들을 수도 있지만, IT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상 꿈도 못 꿀 일이라 처음부터 주 3회로 등록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세 시간도 운동에 할애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기분이 언짢아진다. 유독 약속이 많은 주간이라 요가원에 못 가게 될 경우 아주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편. 약속과 야근의 조합으로 요가원에 못 가게 되면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중엔 많아봐야 약속을 한 두 건만 잡으려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만일 한 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하는 바람에 요가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낸다면? 그때부턴 우울감이 찾아온다. 몸을 '사용하는' 느낌이 아니라 몸이 '소모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고되어도 9시 50분 수업에 갈 때 가장 들뜨는 이유는 '어찌어찌 하루를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겠네' 하는 안도감이 들어서다. 비로소 나를 챙기는 기분이랄까. 그럴 여유조차 없는 날엔 지쳐 쓰러질 뿐 편히 잠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마지막 수업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수업이 끝나고 난 후 텅 빈 스튜디오에서 부족한 수련을 할 수 있기 때문. 하루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그 공간이 마치 나만을 응원하고 내 호흡을 들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그런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선생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무한의 평온함 속에서 강렬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누구도 내게 잘하라고 다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요가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동작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지금껏 수련해왔다. 내 몸이 다양한 동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1년이나 했는데 왜 이 자세도 안 되지?' 라거나 '남들은 1년 정도 하면 이 정도 자세는 되던데' 하는 마음이 내겐 들어온 적이 없다. 다행인 일이다.


 어쩌다 요가를 1년째 하고 있다. 어쩌면 평생 요가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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