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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영 May 17. 2019

1평요가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베개와 베개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괴로워하는 몸뚱이에게 정신은 10분 더 자라며 인심을 쓴다. 달콤한 잠에 다시 빠져들려는 찰나- 10분이 금세 내 인생에 끼어들어 재촉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출근길을 향해 집을 나설 때, “다녀오겠습니다” 라거나 “일찍 들어올게” 따위의 말을 건넬 사람이 내겐 없다. 그저 온기를 채우던 것들을 빠짐없이 끄고는 무심히 문을 닫고 나온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그 공간은 언제 내 삶에 있기나 했냐는 듯 잊힌다. 그러니 나의 집은 매일같이 아무런 인사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지고 만다.

 내 작은 집과 좀 더 애틋한 관계로 발전하기엔, 우리 사이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귀가하면 씻고 곧장 침대에 누워 잠드는 게 일상이니까. 마치 그것이 이 집의 규칙인 것처럼. 밥이라도 해 먹으면 한결 다정한 공기가 집안을 감쌀 텐데, 냄새 배는 게 싫어 먹을 거라곤 언제나 생수 한 병뿐이다. 그마저도 몇 주가 간다. 물 한 병을 섬기느라 기능했던 냉장고 코드를 뽑아둔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한전에서 벌써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 집에 누가 살고는 있냐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의 지인들은 한전의 인간적인 면에 몹시 감동했다.


 집에, 나의 체온이 오래 머무는 곳이라곤 침대와 화장실이 전부였다.


 그런 내 작은 집에 1평만큼 애착이 더 생긴 건 요가 덕분이다. 언제부턴가 요가원에 다녀오면, 그날 배운 아사나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복습하고 있다. 책장 앞 방바닥에 내 호흡이 쌓이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10분. 집중 못 하고 중심을 잃으면 나를 해칠 것들이 사방에 자리 잡고 있어 수련하기에 제법 효과적이다. 재미가 들렸는지 이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재촉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1평 안에서 시르사아사나, 우스트라사나, 우르드바다누라사나, 바카사나, 부장가아사나를 알아가고 있다. 대개는 관심을 갖다가 쉽사리 시들해지고 마는데 이들에 대한 호기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물론 온종일 수련에 몰두하는 타입도 아니지만. 이 또한 내 몸이 직감했듯,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속도와 면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침대에서 10분 더 자기 위해 투쟁하던 몸은 어느새 1평요가로 온 신경을 다해 평온을 찾는다. 이 자그마한 집에서 눕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방바닥에도 정이 들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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