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새 키위”

by 황수선화

날개 없는 새 키위/황수선화



저 드넓은 하늘을 날고 싶었습니다.

바다처럼 푸르고,

하얀 목화솜들이 살랑거리는

자유로운 세상 속으로.


하지만 내가 가진 날개는

너무나 작고 초라하군요.


내가 우러러보는 새들은

각자 찬란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들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 날개들은 새하얗거나 검거나,

혹은 두 색이 아름답게 교차하여

어여쁜 달빛처럼 빛이 나는데….


내가 가진 날개는

별 볼일 없는 회갈색을 띠고,

보기에 민망할 만큼 작고 초라하여

누구의 눈에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에게 자격은 없지만,

자신감은 있습니다.


저 푸른 하늘에

누군가 나를 띄워주기만 한다면,

누구보다 멋지고 오래 날 수 있다는

자신 말입니다.


나는 초라한 날개 속에

숨겨두었던 꿈을 꺼냈습니다.


이제 이 아래로 뛰어들기만 하면,

하늘이기에


지워내고 싶었던 과거와

마음 깊숙이 닫아놓았던 각오들


그리고 수치스러워 계속 감추었던

나의 작은 날개를 꺼내 움직였습니다.


나는 뛰어들었습니다.


푸른 하늘은

내 두 눈 속으로 파고들었고,

숨이 멎을 듯한 바람은

내 부리를 꿰뚫었습니다.


목화솜은,

단지 허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짧은 다리로 그토록 뛰어야만

만질 수 있었던 바람은

내 배 아래를 감싸 안았습니다.


아…

까마귀 떼가 곁을 스쳐갑니다.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 또한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같은 하늘을 나는 새였다는 걸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함께 날기 위해


작고 초라한 날개를

꾸깃꾸깃 펴고

있는 힘껏 날갯짓을 해봅니다.


푸른 하늘 한가운데,

내 그림자가 조용히 떠 있습니다.


그 조용함을 찢듯,

나는 그동안의 감정을 가득 끌어올려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남깁니다.


아. 이것은,


“해방.”


날개의 끝은 저릿했고,

감각은 발끝부터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

그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습니다.


나는 혹시

이 순간을 위해

여생을 견뎌온 건 아닐까요?


….


내가 착륙했다고 믿은 곳은,

나의 고향이었습니다.

풀내음 가득한,

푸른 나무들이 줄지어 선 땅.

그러나,


아무래도 착륙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몸이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부리는 산산이 부서졌고,

몸의 뼈는 셀 수 없이 조각났습니다.


그중 몇 조각은

내 마음속 응어리 같던 것들인지,

밖으로 튀어나와

세상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늘을 날 때

함께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니요,

어쩌면 같이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자격 없는 자신감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요.


저는 믿었습니다.

꿈을 품은 자신감은

날 수 없는 새를

날게 만든다는 것을요.



…..

저는 왜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을까요

하늘을 왜 날고 싶어 했는지

나에겐 하늘이 어떤 존재였는지


이 작은 날개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날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내가 있는 이곳이 곧 하늘이라는 걸.


정말로,

나에게는 자격이 없었던 걸까요?

왜 나는 이렇게 초라한 걸까요?


왜 ‘새’로 태어났지만

저 드넓고 푸른 바다 위를

끝내 떠다니지 못했을까요?





괜찮습니다.

이제는, 정말 괜찮습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뒷걸음질 치지 않았으니까요.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으니까요.


내가 가진 이 큰 날개를 보십시오.

어여쁘지 않습니까?


이토록 크고,

이토록 나다운 날개.


나는,

하늘을 난 키위새입니다.


어쩌면

이 아픔이야말로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 아픔을 가엾게 보지 말고,

나의 비상을 기억해 주세요.


부디 웃어주세요.


초라한 날개로도

꿈을 이뤄낸 새였습니다.




…..

까마귀가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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