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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바트로스 Jul 05. 2024

3. 너무 비싼, 프랑스 저녁밥값

프랑스 언어 학교. 실용 불어 시간, ‘주말 데이트 약속 ’ 관한 발표 시간이다. 

구리 빛 피부와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폴(샘)과 귀여운 나오꼬의 전화 내용.

폴: 나오꼬, 오늘 저녁, 나와 함께 식사할까요? 나오꼬: 기꺼이!

대화를 이어가던 폴, 다소 뜬금없는 질문. 

폴: 나오꼬, 잘 생각하고 나서, 수락한 저녁식사 데이트인가요? “

나오꼬: 그럼요! 

폴: 그럼, 저녁 식사 값은, 누가 지불할 거죠? 

나오꼬: 네~에? 당연히 폴, 아닌가요?     

이런 대화 내용이 이해되지 않은 우리는, 서로들 쳐다보았다.

잠깐, 머뭇하던 폴이 설명해 준, ‘저녁 식사’에 관한 프랑스 문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남자가 저녁 식사 값을 지불하는 의미는, ‘함께 자는 것’도, 암묵적으로 포함된 것 이란다! 

‘너무도 비싼 프랑스 저녁밥값’에 충격받은 그 순간, 다른 동양계 여학생들처럼 ‘을랄라~아!’ 소리도 못 질러대고, 그냥 머~엉했던 나! 

폴의 부연 설명은 ‘함께 자고 싶지 않을 경우’, 데이트 약속 할 때나, 식사 중에 ‘각자 계산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리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올빼미처럼, 수많은 밤을 지킨 결과, ‘대학원 입학 논술시험에 통과했다’는 가슴 벅찬 소식을 받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9월 학기 강의 시간.  

첫 수업의 100분 동안, 그야말로 모르는 낱말들의 대홍수! 비상의 버거운 날갯짓보다는 강물처럼 흘러내려가, 어디로든지 새어나가고 싶던 그 찰나. 

피에르: “금요일 저녁식사 어때, 나랑 함께?” 참으로 반갑다. 들뜬 목소리로 내가: “저녁 말고, 점심 같이 먹으면, 안될까?” 멈칫하던 그: “낮에는 곤란해. 고교에서, 아이들 가르쳐. “ 난감해진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돌발 질문한 나: “저녁밥 묵고 나서, 니캉, 자야 되나?” 황당해진 그: 어이쿠, 너, 목소리 엄청 크다!” 당황할수록 커지는 내 목소리와 드세지는 경상도 악센트 위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불어가 모양 빠지게 뒤뚱거리며 미끄러지는 순간. 사방에서 터지는 폭소! 쿨하게 거절하는 대신에 어정쩡한 미련으로, 도대체 왜, 이런 망신살을 불러들였을까? 내 눈에 비친 그가, 신화 속의 미소년 다프네 같아서였을까?     

틈새 휴식 20분은, 마치 국경선을 끼고 마주 보는 보부상들처럼, 우리는 수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은둔하는 문화 정보를, 서로 물물교환을 했다. 학기가 끝날 즈음까지 동일한 주제로, 농도 짙은 농담까지 주고받았던 까닭은, ‘웃찾사’가 절실했던 피곤한 시간? “니캉 자고 나면, 내캉 결혼할 끼가?” “응, 결혼할 수도 있지 뭐!” “아! 그래? 그럼, 나는 집에서 놀아도 되겄네? 니가 학교에서 돈 버는 동안, 나는 이쁘게 화장하고 매니큐어도 바르며, 공부도 좀 하다가, 함께 먹을 저녁준비만 하면 되겄네?“ “무슨 소리냐? 너, 어디 아파? 결혼하더라도, 의식주는 각자 분담해야지. 자유도, 책임도 의무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프랑스야, 여기는!” 

그가 전수해 준 족집게 과외, 핵심 내용이다. 프랑스 저녁 식사 문화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의 관점에서. 우리의 생명이 충족된 식욕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성욕도 똑같이 충족되어야 할 욕구일 뿐 이란다!


내 기억의 나라에서 침잠하던, 충격적이었던 그날의 에피소드를 깨우는 목소리. “이이랑 처음 만난 날, 저녁밥 먹고 나서, 함께 자자고 했어요, 내가 먼저!” TV 부부갈등 프로그램에서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의 담담한 고백 내용.  

각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를 횡단하는 강물 같은, 그 나라만의 고유한 존재라고 믿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그 예전 르와르 강물은 시간의 물줄기 따라 대륙을 가로질러서, 한강까지 흘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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