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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바트로스 Jul 16. 2024

글바트로스의 표류기

4 아주 특별한, 점심 메뉴

오늘, 아주 특별한 점심식사를 초대받은 날. 프랑스 미슐랭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요리란다. 요리의 재료가 너무 비싼 까닭으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초대한다는, 심덕 좋은 프랑스 아줌마의 귀띔을 받은 뒤부터 잔뜩 기대됐다. 프랑스식 블랙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때까지 공복을 유지할 정도다. 그 특별한 요리를 마음껏 먹을 거라는 기대로 들뜬, 주말 오전.     

아침부터 내가 아는 방법을 다 동원해 가며 정성껏 피부 손질을 한 후, 색조 화장으로 마무리했다. 이어서, 트렁크 속에 들어있는 옷들을 전부 꺼내서 침대 위에 펼쳐 놓고, 거울 앞에서 모조리 입어대며, 오전 내내 부산을 떨었다. 마침내, 짙은 보라색 실크 정장으로, 한껏 멋을 부린 차림새로 출발했다.     

유독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은 점심 식사에 초대된 것뿐만 아니다. 한국에서 꼭 맞았던 옷이 기분 좋을 정도로 넉넉해진, 실바람에 나풀댐도 한몫했다. 프랑스 불시착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많이 감량됐나 보다. 체중  감량 이유는 대학원 입학 준비 기간 동안, 못 자고 안 먹은 결과이리라.     

오래간만에 느끼는 느긋한 행복감에 도취된 채, 마음속으로 들숨날숨처럼 “제발 지금만 같아라!”라고 돼 뇌이며, 살랑살랑 걸었다. 


그 집에 도착. 

이미 도착한 게스트들과 양볼 2번씩 부비는 프랑스식 인사를 나누었다. 매번 인사할 때마다, 어색하게 경직되는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자연스러웠다. 이어진 담소도 유쾌했다. 100% 혼 실크 촉감과 색감에 관한 호들갑스러운 감탄, 그리고 공주 같다는 낯간지러운 립 서비스에도 우쭐해질 정도로.      

초대 손님은 대략 20명 정도. 

무언가 도울 일이 있을까 하고 부엌에 간 나. 우선 1m가 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두꺼운 철판 프라이팬에 놀랐다. 그 거대한 프라이팬에 들어있는 요리 실체를 보고,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20인 분량의 반 토막 난 개구리들! 껍질이 벗겨진, 하반신뿐인 허연 개구리 무더기, 그만 왈칵, 구역질이 올라왔다. 꼭, 사람의 나체 하반신 같았다. 수북이 쌓인, 엄청난 분량의 개구리 요리, 그 레시피가 너무나도 간단했다. 버터와 으깬 마늘로 익힌 후, 깨소금 크기로 아주 잘게 다진 파슬리만, 개구리 나신 위에다가 조금 뿌려서 완성된 요리의 모습!     

한입도, 먹을 수 없던 나! 그날 점심은, 대학원 입학시험 통과한 이방인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마련된 특별한 자리. 사실상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입 삼키기는 고사하고, 접시에 담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자칭 미식가인 캡틴의 굳어지는 얼굴에도,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그날의 메인 메뉴인 개구리 요리! 

너무도 특별한, 점심 메뉴였다. 동양에서 온 이방인인, 나에게는!       

몽환 속에서 잠깐 행복했던 공주, 통치할 국가도 지지해 주는 국민도 없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이방인의 현실로 돌아오는 귀가 발걸음은 무거웠다. 유일한 후원자인 캡틴 심기를 거슬린, 나의 비위 약함을 수없이 구박하던 내적 실루엣까지 선명하게 떠오른다.

펜드로잉화로 그려진 그림엽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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