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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커피숍에서 만나요

by 자겸 청곡

집에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중에 전화가 왔다.

'할머니 학교 끝나고 000 커피숍에서 만나요.'


대학생 어른들이나 들어가던 커피숍이 아닌

초등학생들도 자유롭게 들어가 만남을 갖고 음료를 마시는 곳.


오래전 교직에서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들이

친구 누구 엄마는 커피숍을 오픈해서 수입이 많다던데

엄마도 해보라고 했다.

아직 내 마음속에 커피숍은, 옛 시절 다방 같은 분위기로 느껴져서

교직에 있었던 엄마를 어찌보고 그런 말을 하는가 싶어 언짢은 표정을 짓자

요새 커피숍이 옛날 다방인 줄 아느냐면서 수입도 좋고 전망이 좋은데

투자가치를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말투에 무척 언짢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처에 커피숍이 생기더니

인제는 아홉 살 손녀가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할 만큼 대중화되었으니

그때 아들 말을 들었더라면 커피숍 초창기 수익은 괘 있었겠구나 싶고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 밖에는 모르는 평생 월급쟁이 부부의

투자에 대한 무개념으로,

부동산으로 떼돈 한번 벌어본 적 없이

서울 집값의 1/10도 되지 않는 동네에서 사는 것이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고급지게 살지는 못해도 대출 걱정 하지 않고 이만큼 사는 것에 감사하면서


커피숍에서 음료 시켜마실 줄 아는 알파세대 손녀와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을 해야겠다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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