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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Dec 04. 2023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매일 자기 전에 아홉 문장을 쓴다. 52일 지속한 습관이다. 칭찬 일기, 감사 일기, 긍정 일기. 하루 중 내가 잘한 일을 찾아 칭찬하는 세 문장을 쓴다. 감사할 일도 세 문장을 쓰고, 미래의 내가 되고 싶은 모습도 세 문장을 적는다. 이 사소한 습관을 반복하기는 쉬운 듯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자고 싶은데 하루를 되돌아보며, 써야 하니 말이다. 매일 쓸 말이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매일 새로운 문장을 생산한다. 하루 중 나의 행동을 기억하며 칭찬할 만한 것을 찾고, 감사할 일을 찾고, 미래에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내게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변화된 이미지를 그려보며, 마음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다.


손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손으로 쓰면 타자하는 것보다 느리고, 검색할 수도 없으니, 다이어리를 멀리했다. 김익한 교수의 기록법 수업을 3개월 전부터 듣고 김익한 교수가 만든 파코첼 다이어리를 매월 1권씩 3권을 썼다. 새로운 월이 시작되면 월간 목표를 적는다. 일, 가족, 자기 계발, 여가, 관계 다섯 가지 영역에 나와의 약속을 적는다. 지난 한 달 동안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적어보고 이번 달에 유지해야 할 좋은 습관과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을 기록한다. 한 달 동안 내가 지켜야 할 계획과 핵심 성공 요인(Critical Success Factor)을 적어 몰입도를 높이려 했다. 또한 지난 한 달 동안 잘한 점을 적어 나를 칭찬한다. 월간계획은 주간 계획으로 연결되고, 주간 계획은 일일 계획으로 연결한다. 매일 아침 일일계획을 적어보고 하루 중 몰입해야 할 것을 세 가지 정도 적으면 하루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수 있다. 매시간 했던 일을 키워드로 적으면, 하루의 생각이 내 몸에 붙어있게 된다. 이런 기록의 과정은 세상이 내게 준 자극을 내재화하고 내 안에 있던 잠재성을 밖으로 꺼내는 데 도움이 된다. 기록하는 순간 내 생각이 명시화되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효과가 있다.


필사를 시작한 지 20일이 넘었다. 회차로는 25번을 썼다. 필사를 시작한 계기는 김선영 작가의 저서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읽고 시작해 봤다. 좋은 글을 읽고 나와 맞닿은 문장을 가슴에 새기는 데 필사가 제격이다. 손으로 쓰는 필사 말고 타자로 한 필사는 매일 해왔다. 마인드맵에 좋아하는 문장을 매일 적었다. 손으로 쓰는 필사는 타자로 쓰는 필사보다 뇌에 더 큰 자극을 준다. 글을 쓰고 완성된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인다. 필사로 인해 좋은 문장을 만나고,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넌 오늘 어땠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불필요한 곳에 마음을 놓진 않았어?', '시간을 밀도 있게 썼니?'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나는 짜증도 잘 내고, 한숨도 잘 쉰다. 남 앞에서 멋진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한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더 큰 도전을 하지 않는 나도 만나고, 대범하지 못하고 옹졸한 모습도 있다. 내가 마주하는 나의 모습은 멋진 내가 아닐 때가 많다. 지적이고, 넓은 마음을 갖고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 부족하고 못나 보이는 나이지만 스스로 나를 감싼다. '그래, 지금 내 모습은 부족해 보이지만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잖아.',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도 나를 좋게 보지 않겠어?',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지.' 다독여 본다. 나의 부족한 것을 외부로부터 찾으려 하지 말고, 타인의 인정과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외부의 평가는 온전한 나를 알 수 없다. 내가 인식하는 나의 가치를 확고히 해야 외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나 자신을 객관화해야 한다. 하루 아홉 문장을 쓰는 일, 다이어리를 쓰며 내가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알아채는 것, 필사를 통해 타인의 문장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은 나를 찾는 일이며, 나를 객관화하는 일이다. 나의 내면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며, 나와 마주하고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 나를 발견하고 인정하며, 스스로를 옹호하는 일이다. 나는 남이 아니다. 누구도 될 필요가 없다. 나만의 가치를 찾아 확고히 하면 된다.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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