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지나갑니다. 그냥 추억하면 됩니다.
사랑입니다
연심으로 얼굴 붉어지고
그리움으로 아릿합니다
사랑입니다
부끄럼 잊고 바라고
두려움 없이 달려갑니다
그대 한번 눈길에
밤새워 가슴 졸이고
우연히 스친 손길에
솜털 기억마저 생생합니다
그렇게 당신을 바랍니다
그러다...
세월은 말없이
해를 넘깁니다
파랗고 빨갛던
꽃은 어디론가 숨어 버렸습니다
화사하게 피던 연심도
그 짙은 향기도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남겨진 나는
엄마 손 놓친 어린아이
낯선 동네 어귀에 남겨진 듯
무섭고
외롭습니다
떠나는 이에겐
잘 가라 손도 흔들지 못하고
뒷모습만 멀리서
바라봅니다
그렇게 사랑은
떠나갑니다
사랑은
어차피
지나갑니다
젊은 시절 느꼈던 사랑의 열정도, 떠나가는 사랑의 아픔도 이제는 잊혀갑니다. 사랑도 어차피 수명(壽命)을 다하면 추억이 됩니다. 결국은 잠시 추억거리인 것을, 어찌 목숨 걸 듯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첫사랑의 추억은 중년 남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그 기억의 원본은 여러 차례 훼손되었지만, 용케 보존되어 있습니다. 쓸쓸한 가을, 낙엽이 주변에 쌓이고, 소주라도 한 잔 걸친 저녁이면, 그 시절 혼자 흠모하던 그 애를 떠올립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정 표현도 해보지 못한 그 어색한 만남을 회상합니다.
사랑의 경험은 만남의 격정과 헤어짐의 아픔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애틋함과 아련함으로 바뀝니다. 이 수채화처럼 변한 기억은 메마른 일상을 잠시 잊게 하고, 아저씨들의 가슴에 촉촉한 수분기를 제공합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사랑은 오고 갑니다. 사랑은 어차피 지나갑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끝내 남아, 우리의 심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불씨를 지키는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픔도 추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