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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으니 설렌다

중년이 되어 느끼니, 새롭다

by 김정룡

봄바람이 불어서도 아니다

사춘기의 추억이 되살아남도

아니다

살아온 세월 덕에

눈도 침침하고

귀도 어둡지만


온갖 하찮은 것들이 보이고

그 속삭임이 들려온다

늘 마시던 커피 향은 짙어지고

아침 햇살은 더 찬란해진다


시끄럽던 대로변 소음도

엄마 따라 간 전통시장의

호객꾼의 외침처럼 정겹다


잠시 눈을 감는다


바람이,

꽃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보이고,

들려온다


이제는 철들어

이런 찰나의 행복이

언제 또 올지 모르기에


이 낯선 느낌에

설레어 본다



나이를 먹다 보면, 하도 많은 일을 겪어선지, 뭔들 새로운 게 없고, 봐도 감동이 없다.


반면에 평범한 일상이 달라 보인다. 아파트 화단에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유난히 예쁘고, 무심히 지나치던 광고판이 읽힌다. 매일 보던 가로수가 렇게 굵었었나 놀란다.


새로운 감각도 생긴다. 끼니만 때우던 식사의 맛을 기대하게 되고, 카페인 섭취가 목적이었던 커피도, 향을 즐기는 게 우선이 된다.


분명 전에 없던 이다. 낯선 변화이다. 이 나이가 되니 경험할 수 있는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느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내일은 어떤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될까? 궁금하다. 설레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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