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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에겐 낭만이 필요해

쿨하고 싶은 아저씨의 마지막 투혼

by 김정룡

할 일 많은 이 땅에 남성으로 태어나

집 지키고 나라 지켰다


겨우 숨 돌리고 지난 삶 돌아보니

보람이자 한숨이다


짧지 않은 인생길

착한 남편 좋은 아빠 됐지만


한 세월 맞은 모습

그냥 아저씨다

이렇게 끝내기는 아쉽다


멋진 중년 살겠다고

한 청춘 바치지 않았나


인생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새로운 취미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멈추었던 심장을 깨워야 한다


각박한 삶으로 무디어진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해야 한다


낭만*이다


내 삶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느끼게 했던


언젠가 잃어버린 낭만을

다시 찾아야 한다


남은 인생

쿨하게 지켜 내려면


그 낭만이 필요하다


*낭만: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중년 남자들은 억울하다. 그저 앞뒤 보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야근도 주말 근무도 초과 수당 벌자고 한 것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일 밖에 모르는 나이 든 아저씨가 되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중년 남성은 정서적 여유가 없다. 교양을 쌓을 시간도, 삶의 철학을 논할 기회도 없다. 그야말로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 조금 여유가 생겨 취미생활이라도 할라치면, 가족들이 눈에 밟힌다.

무엇보다, 육아와 살림으로 힘들어하는 아내가 있다. 남자들은 아내를 보면, 즉시 정서적 욕구를 접는다. 이러한 대처는 가족의 행복과, 가까스로 마련한 안정적인 삶을 지켜준다. "그래, 이런 것들을 위해서 내가 달려왔지.. 나의 건조한 삶쯤이야 문제 될 게 없지.." 그렇게 자기 위로를 한다.

그러나 가끔 이런 노력이 부정될 때가 있다. 누군가 나를 한물 간 아저씨 취급을 할 때이다. 기분 나쁘다. 나의 좀 어색한 행동이나, 조금 엇나간 말투로 인해 나의 삶이 부정당하면 기분 나쁘다. 집에서도 아이들이 나를 답답해하고, 대화를 피하면, 최악의 상황이다.


이럴 때는, 신속하게 나를 바라봐야 한다. 언제, 어디서 청년의 낭만이 사라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 나도 한때 낭만을 만끽하던 청년이었지.." 그 잃어버렸던 낭만이라는 것을 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자존감과 관계 회복을 위해서, 대화가 좀 되는 아저씨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나의 정서적 성숙을 위해서, 낭만 있는 중년이 되어야 한다.


중년 남자에게 낭만은 꼭 필요하다. 기타를 잡고, 시를 읊으며 어줍지 않게 낭만을 찾다 보면, 아내도 아이들도 아빠를 달리 보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쿨한 아저씨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느 순간 길 잃어버린 낭만을 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떳떳이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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